상단여백
HOME 사설·칼럼
한밤중 피말리는 비극, 이제 끝내야 한다.    
김제시의회 이정자 의원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면 잔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한 의사는 "인생에서 가장 신체적으로 취약한 유아기를 무사히 지났기에 유아 사망률이 높던 과거엔 이를 축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럼 지금은 다를까.

  지난주 대전에서는 뇌출혈로 쓰러진 초등학생이 소아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시간을 끌다가 수술을 받고도 결국 2주만에 사망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5월 서울에서는 고열에 시달리던 다섯 살 아이가 심야에 병원 열 곳을 돌다가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끝내 사망한 사건이 큰 충격을 주었다.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고'로 불리우는 이 참극은 지금도 전국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의 불안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보호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면 피를 말려야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소아청소년과 즉 소청과가 속속 문을 닫고 전과하는데 있다. 

  지난 3월말 대한소청과의사회는 우리나라 소청의료 인프라가 그 근본부터 붕괴중이라며 '폐과 선언'을 감행했다. 현 정부의 정책이 재탕, 겉핥기에 불과한 상태에서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 중이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5년간 전국의 소청과 병원 662개가 폐업했다. 연평균 132개가 문을 닫는 꼴이고 앞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적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제 논리를 탓할 수만도 없다는 것은 알지만 소아과가 사라지는 현실은 심히 우려스럽다.

  소청과 전공 지원 기피도 심각한 수준이다. 의료분야 신진 매체인 '청년의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지원율은 이미 10%대, 즉 16.4%로 떨어져서 26개 전 분야 중 핵의학과(15.4%) 다음으로 낮았다.

  지역적 편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말 기준 소청과 병원이 한 군데도 없는 지역은 ▲경북 5개 시·군 ▲강원 4곳 ▲전남 2곳 ▲경남 2곳이다. 전북도 역시 3곳인 무주·장수·임실군에 소청과 병원이 아예 없다.

  반면 서울시 강남구의 경우 소청과가 41개나 있고, 경기도 화성시는 71개, 부천시는 57개에 이른다. 합계 출산율 0.73명, 초저출생 시대인 지금 아이들 치료마저 지역적 편차가 너무 크다.

  한편 서울 강남구에서는 올해 5월부터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권역별로 3곳의 소아과 병원을 선정하고, 야간·휴일 진료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소아과가 무려 41개나 되는 지역에 야간·휴일 진료까지 가능해진 사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 필자가 일하는 김제시의 인프라를 떠올리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시는 3곳의 소아과 병·의원으로 최소한의 명맥만 유지한 채 모두 평일·주간에만 진료를 보고 있어서 야간과 휴일에 김제는 그야말로 소아 진료의 암흑 지대가 된다.

  한밤중 아이가 아프면 전주나 익산으로 심야 원정진료를 나서야만 한다.

  어떤 분들은 말씀하신다. 그래도 응급실이 있으니, 거기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소청과 전공의가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 한다. 아직 신체와 장기가 덜 성숙되고 기능이 어른과 다르며, 정확한 의사소통이 부족한 소아들은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의사가 진료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소아를 데리고 일반 응급실을 찾으면 진료를 거절당하는 일이 태반이다.

  소아청소년과야말로 진료의 전문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분야이다.

  결국 소아 진료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없이는 소청과 의사, 병원의 붕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에 달린 문제다. 지난 2월 22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정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아이들이 아파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저출생 대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어른이 되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기본 중에 기본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조차 아이들이 숨져가고, 오늘 밤에도 우리 아이들이 치료 받을 곳이 없어서 길바닥을 헤매고 있다면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며, 행정의 책임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꽃 같은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 소아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다함께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모아주실 것을 모든 분들께 간절히 호소드린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제시민의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