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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공원 속의 낭만

정세훈
전 동진낙협장
 
  그곳에 들어서면 마음부터 평온해진다. 올해에 더위가 일찍 찾아와 오후 시간을 이용한다.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 수면을 붉은빛으로 비추고 있고, 얼마 전까지 길가에 심어있던 이팝나무가 탐스러운 자태를 드리우며 바람에 꽃잎을 날리어 운치를 더해 주었는데 이제는 빨간 장미가 아치를 만들어져 활짝 피어 반겨주는 것 같았다. 주변에 소나무와 귀목나무 잎도 녹음이 짙어가고 있다. 

  더욱이 작년에 공원을 확장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많이 갖추어 주말이면 가족을 동반한 어린이들이 찾아와 노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 기구들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아내어 그들이 놀이에 심취하게 한다. 가히 우리나라도 어린이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바퀴를 걷다 보면 아내가 피곤해하여 편백나무 아래 평상에 쉬고 있으면 청설모들이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노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즐거워진다.

  길 따라 걷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애견을 데리고 다는 사람들이다. 안고 가는 사람, 목줄을 걸고 걷는 사람, 어른이고 학생이고 서로 시샘하는지 가지각색으로 모양을 내어 자태를 뽐내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나친 애견사랑에는 부정적이다. 남이 하니까 나도 애견 가족의 대열에 끼고 싶은 마음인지 따뜻한 인간애보다 동물쪽에 관심을 더욱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운동하기 위하여 공원 속에서 걷는 사람들도 전에는 무심히 보았는데 요즈음엔 나이를 먹다 보니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팔짱을 끼고 웃으며 걷는 연인이 있는가 하면 연로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는 사람, 어린이를 앞세우고 행복한 모습으로 걷는 엄마도 눈에 띈다. 그런데 뇌 질환으로 인하여 몸이 불편해 보행이 어려운 사람도 누군가 부축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그중에는 중풍에 맞아서 한쪽을 못 쓰는 남편의 건강회복을 위해 부축해 가며 한 걸음씩 걷는 모습을 보고 한 여인의 심중도 헤아려 본다. 남편이 술과 도박으로 젊은 날에 방종한 생활을 하여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는지, 이제 먹고살 만해지니 몸에 병이 들어 괴로움을 준다고 한탄하며 병간호하고 있지나 않은지 지레짐작도 해본다. 

  저 멀리 건너편 나무 밑에선 경쾌한 트럼펫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트럼펫 소리가 음을 이탈하여 고운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팔순이 넘은 영감님이 매일 나와서 보고 있지만, 호흡이 짧아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하지만 지극정성이다. 지나가다 손이라도 흔들어주면 허리를 구부리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또 한편에서는 아코디온을 가지고 아름다운 선율을 뽐내며 어깨를 흔들면서 트로트 가락을 연주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요즈음엔 가끔 젊은이들이 키타와 색소폰을 가지고 나와 연주를 하며 노래를 열심히 하기도 한다.

  공원을 한바퀴 더 걷고 나면 공연장으로 이용하는 운동장이 있다. 이곳에서 테니스공을 던지며 개와 놀고 있는 젊은 주부를 보게 되었다. 아무리 멀리 던져도 자그마한 개가 날렵하게 쫓아가 공을 받아 입에 물고 의기양양하며 놀고 있다. 우리 내외가 즐겁게 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개가 테니스공을 물고 와서 내 앞에 놓는다. 그런데 공을 평편한 곳이 아닌 덤불 속에 놓고 나보고 차보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무심코 힘을 주어 발길질을 하니 공이 멀리 못하고 개가 날렵하게 받아 물고 나한테 또다시 차보라는 몸짓을 한다. 그의 눈빛을 보고 나도 승부욕이 생기어 대결하게 되었다. 찰 듯 말 듯 페인팅 동작을 쓰며 방향을 잡고 차보아도 개의 발걸음이 어찌 빠른지 테니스공이 그의 입에 물리어 돌아와서 꼬리를 흔들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며 개들을 경시하였던 나의 편견이 새롭게 바뀌었다. 

  다음날에도 그 시간에 그곳에 있기에 내가 손뼉을 치니까 공을 물고 달려왔다. 그와의 자웅을 겨루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강렬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요령껏 차보았지만, 소용이 없어 그의 입에 테니스공은 물려있었다. 나는 비로소 개에 관한 생각을 새로이 하며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몇 살이나 먹었냐고 물으니 다섯 살이며 체중은 20kg 정도 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영리하니까 사람들이 애견과 정을 나누며 그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 같았다. 

  공원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운동과 휴식의 즐거움이 넘치는 낭만이라 생각하며 공원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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