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를 막 들어서는 입구에 2평 남짓 자리를 잡고 있는 채주봉옹(86)의 금산필방.

평생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붓만들기에 전념해온 채옹은 붓 만들기 만 무려 66년째다.

채옹은 1917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학을 공부하며 붓글씨 쓰기를 좋아했단다.

이런 채옹이 붓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평소 사서 쓰던 붓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붓을 만들면서 부터다. 이렇게 직접 붓을 만들다 보니, 제대로 된 붓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당시 모필장으로 유명했던 광주의 정준채씨를 찾아가 3년간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채옹은 “우리 동양의 붓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써지지만 서양의 펜은 강하면서 약하게 써지는 것이 특징이 있다”며 “좋은 붓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재료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한다.

붓의 재료로는 너구리를 비롯해 돼지 등 짐승털로 만들어지는데 채옹이 제일로 꼽는 털로는 가을, 겨울철 숫노루의 털로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구입해 쓰고 있다.

붓을 만드는 과정 또한 여간 까다롭지 않다. 붓대롱마다 황토칠을 하고, 털에 묻은 기름을 제거한 뒤 형태에 따라 자르고, 거친 털을 제거하고, 풀먹이고, 건조시키는 과정까지 어느 공정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붓 하나 하나에 채옹은 온 정성을 기울인다.

한 개의 붓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50번 손질이 필요할 정도로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붓이 하루 평균 중필의 경우 3, 4자루, 대필의 경우는 수일에 걸쳐 겨우 1자루가 나온다.

채옹의 붓은 김제 특산물로 지정되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금산사 우체국에서는 그의 붓을 전국에 주문 판매 해주고 있다.

송순영  ssy@gjt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