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공사를 현재에서 중단하고 갯벌을 살려 생태공원으로 만들자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전승수 교수
갯벌생태 관광자원: 미래가치 극대화
캐나다 시골마을의 이야기이다. 미국의 국제적 화학회사인 듀퐁이 주민의 대부분이 노인이고 매우 가난한 캐나다의 한 시골마을 근처에 공장을 짓고 싶었다.
듀퐁은 공장건설을 허락한다면 주민들에게 아름답고 멋있는 마을을 건설해 줄 것이며 현재의 모든 주민들과 그 후손까지 취업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 제안이 주민투표에 붙여졌다. 이 꿈과 같은 제안은 주민투표결과 엄청난 표차로 그 가난한 주민들에 의해 거부되고 말았다. 주민투표의 결론은 "우리는 가난하더라도 원래의 자연환경에서 그냥 이대로 살고 싶으니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난한 주민들의 현명함이 오늘의 캐나다가 세계에서 국민 삶의 지수 1위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완벽한 휴식처를 제공할 관광단지로서의 새만금
내가 캐나다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의 기회가 있었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2주일간 모든 여행기간 중에 캠핑지역에서 텐트생활을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가족여행을 하는 많은 소박한 유럽인 가족들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졌다. 저녁에 우리들은 캠핑지역 관리자가 제공하는 가벼운 만남의 시간을 가지곤 했는데 나는 이들이 우리와 같은 동양인과 여행의 방법이 매우 다른 것을 하나 발견하였다.
우리는 아침부터 서둘러서 인근의 볼만한 것을 찾아 헤매다 저녁 늦게 거의 기진맥진하여 텐트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유럽가족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벼운 아침을 들고 안락의자를 텐트 앞에 놓고는 책을 보거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약간의 놀이를 즐기다가 점심 도시락을 들고 가벼운 차림으로 여유 있게 주변의 아름다운 호수와 작은 산, 성, 유적지 등을 산보하는 것처럼 돌아다니는 것이다.
내가 이들로부터 진정한 여행의 모습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사실 돌아다니느라 기운이 거의 다 빠졌을 때인 것 같다. 진정한 여행은 바로 완전한 휴식이었으며, 바로 완전한 여유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나의 다음 여행의 목표를 "완벽한 휴식"으로 잡았고 5년만에 그러한 기회를 가졌다. 친구의 배려로 호수가의 작은 오두막에서 가족과 함께 열흘간 완벽한 휴식을 취하고 난 후에 비로소 이러한 여행의 묘미와 행복과 여운을 알게 되었다.
이 오두막에서 낚시도 했고, 카누도 탔고, 등산도, 수영도,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그늘에 앉아 독서에 빠지기도 했다. 내가 야외에서 바베큐를 했고 애들의 칭찬에 당황함과 함께 흐뭇함을 느꼈고, 밤에는 집사람과 중학생인 애들과 함께 별자리도 헤아려 보았고, 작은 동식물도감을 펴놓고 주변의 새와 풀, 나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도 했다.
갯벌-바다-산림공원의 가치
이러한 "완벽한 휴식처 제공"이 바로 새만금 갯벌-바다-산림공원(그림)의 가치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방법은 아닐까? 지금까지 새만금 전시관에 수 백만명이 방문했다고 하지만 과연 전북의 관광수입은 얼마나 될까?
새만금 방조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지평선이 보이는 논과 호수가 펼쳐져 있으므로 많은 차들이 지나간다고 할 때에 이들이 얼마나 전북의 경제에 도움이 될까? 고군산군도에 관광지가 건설된다고 하자.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끝도 없는 논과 겨우 농업용수의 수질을 맞추기에도 급급한 비릿한 호수를 끼고 단순하게 길게 뻗은 시멘트길 방조제를 끼고 있는 관광지가 그동안 쌓아 놓았던 새만금의 국제적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국제적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대불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는 영암방조제, 시화호의 시화방조제, 영산강 하구언, 금강 하구언 등을 생각해보면 새만금 방조제의 미래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황량한 길 위를 차량들만 지나가는 모습을... 지평선이 보이는 논을, 썩어가는 호수를 보기 위해서 하루나 이틀조차 이 곳에서 쉬고 갈 관광객이 있을까? 뒤로는 환경파괴의 전형이 황량하게 놓여 있는 고군산군도와 변산반도의 관광지에 21세기를 사는 미래의 우리들이, 외국인들이 얼마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바다를 막고 간척을 한 새만금은 아무런 매력이 없다
이제는 진정한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를 해야 할 시기이다. 새만금 간척지는 전북의 인구증가에도, 번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 간척호수의 유지를 위해서 전주권과 익산권의 행위제한만을 강요하는 문제아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21세기는 '친환경의 시대'라고 전 세계의 모든 정치가, 경제인, 노동자가 동의를 하고 그렇게 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그것이 사실인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이 그렇게 말은 한다.
그런데 지금도 모든 환경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하구환경을 완전히 파괴하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세계에서도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좋은 갯벌을 포함하는 하구에서 말이다.
21세기에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꿈을 안고 있는 우리 민족이 21세기의 가장 어리석은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 농토로 만들겠다는 주장으로 농민의 후손인 우리의 머리 위에 두건을 씌우고 눈마저 가리운 채 말이다.
만든다해도 최소 15년이 걸린다
현재 새만금 방조제는 1조 4천억을 들여서 약 28 km가 완성되었다. 앞으로 최소한 8년간 3-4조는 더 들어가야 새만금의 일부에 논을 만들 수 있으며, 객토를 해야 하므로 앞으로 15년이 지난 2018년에야 비로소 농토로서의 제 구실을 완전히 할 수 있다.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에 공사비도 제외하고 쌀의 가치도 농림부가 주장하는 최고치를 적용하여도 자연환경가치로 약 9조 1천억의 손실을 가져온다.
과연 우리가, 아니 전북도가 이렇게 큰 손실을 안으면서도 쌀농사를 짓기 위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있는 것일까?
또한, 전북도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갯벌의 65%에 해당하는, 그것도 일반갯벌에 비해 약 2.5배의 가치가 있는 새만금 하구갯벌을 투자하여 농토를 만든다는 얘기가 정말로 상식적인 일인가?
충청남도 전체갯벌보다 가치가 있고, 그토록 넓은 전남 전체갯벌의 1/2보다 가치가 있는 새만금 하구갯벌이 그냥 던져지는 것을 정치적인 결단에 맡길 정도로 우리는 그렇게 우매한 국민인가?
새만금 간척농지가 산업단지로 바뀌기를 고대하는 전북 사람들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까? 그 오랜 시간동안 또 다른 손해를 감수하면서 말이다.
시멘트 방조제를 관광-항만-환경자원으로
지금은 1조 4천억짜리 방조제를 "미래의 골칫거리"에서 "미래의 희망을 가져다주는 가교"로 가치를 극대화하여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기념탑과 상징물, 아니 실제적으로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구조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고군산군도가 바로 새만금 방조제에 의해 서해안 시대를 여는 최첨단에 떠오른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1조 4천억짜리 농토보호용, 육중한 시멘트 도로인 방조제에서 서해안의 미래를 여는 가교로서 새롭게 탄생시켜 보자는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의 미래인 관광-공간-항만- 환경자원이며, 환경보존의 세계적 기념탑으로 거듭나야 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환경-관광 브랜드로서 아마도 지금까지 전북이 가지고 있던 어떠한 것보다도 국제적 브랜드 가치가 높을 것이다.
갯벌공원, 바다쪽으로는 바다공원, 남쪽으로는 변산 산림공원
이제 하구쪽으로는 새만금 갯벌공원, 바다쪽으로는 새만금 바다공원이 남쪽으로는 새만금(변산) 산림공원과 암석공원(채석강)이 위치하여 방조제는 이들을 서로 이어주는 교통로와 작은 관광선과 요트가 드나드는 바다아취가 될 수 있으며, 상징적으로는 개발과 보존을 절묘하게 이어주는 살아 있는 가교로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그림).
이제 전북도와 정부는 전 세계에 "환경보존국가"로 거듭났다는 것을 널리 공표하고 새만금의 새로운 생태보존계획과 함께 생태관광을 과감하게 홍보한다면 전 세계가 놀라 한국의 위상의 제고는 물론 2002년 월드컵보다 더 많은 관광수입을 새만금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넓은 갯벌이 거의 없고, 오랜 간척사업으로 찌들었지만 환경보존을 중시하는 일본인은 수 백만명의 관광객이 새만금을 방문할 것이 틀림없다.
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독일의 갯벌공원
독일의 슐레스비히-홀스타인 갯벌공원에서의 통계자료는 지난 14년 동안 매년 평균 120만명의 관광객이 평균 10일간 체류하고 갔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그대로 적용할 때에 앞에서 언급한 "완벽한 휴식-여유-자연환경"을 어우를 수 있는 관광개발계획을 통하여 우리도 새만금 갯벌-바다공원에서 년간 1조 2천억 이상의 순수한 관광수입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새만금 하구의 자연환경 그 자체 가치가 년간 1조 2천억이므로(Costanza 등, 1997, Nature) 미래의 가치는 년간 2조 4천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새만금 갯벌공원, 바다공원, 산림공원을 잘 활용하고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한다면 이와 같은 수입은 새만금의 미래관광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몽쉘미쉘만 갯벌의 한 가운데에 있는 오래된 작은 성에 조수해파(tidal bore: 대조시에 강으로 밀려 들어오는 조수파) 관광을 겸해서 하루에만 약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때가 1년에 수 차례가 있다. 새만금 하구에도 작지만 조수해파가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고, 김제-부안-전주-익산의 문화를 함께 접목한다면 새만금의 미래가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살아있어야 방조제는 경제가치가 있다
이와 같은 꿈이 있는 새만금 방조제가 되기 위해서는 새만금 갯벌이 살아있을 정도의 해수통로가 보장되어야 하며, 아직 연결되지 않은 부분은 아취형 다리로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2003년 올해 3월까지도 새만금 갯벌은 완벽하게 살아 있다. 그렇지만 지금 방조제 공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새만금 갯벌의 자연의 모습은 곧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 바로 한민족의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급박한 위기에도 단호하게 일어나 빠르게 단결하고 극복하는 2000년의 전통과 능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새만금의 미래를 탄생시켜보자.
이미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보상금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이미 새만금 사업기간에 피해를 보았으므로 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업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그것도 형평에 어긋날 수 있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새만금 해역은 이미 모두 어업권을 상실했으므로 새로운 체제를 구성하기에 매우 좋은 해역이며, 만경강과 동진강이 환경부의 장기정책에 의해 점차 깨끗해질 것이므로 앞으로 매우 좋은 어장이 될 것이며, 갯벌은 예전의 "뻘 반 조개 반"으로 돌아 갈 것이 틀림없다.
새만금과 관련이 있는 모든 어민과 농민이 공동투자를 하여 새만금 어민공동체를 구성하고 정부로부터 일부해역의 어업권을 획득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아래그림 참조).
이미 보상을 받은 어민은 보상금을 국가로부터 장기융자를 받아 그 상당액을 공동체에 투자한 것으로 하여 어민공동체 수익금의 일부로 갚아 나간다면 해결이 될 것이며 어민들은 계속 본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림. 새만금 갯벌-바다공원 조성계획 예시. 1.공원, 양식장, 주차장, 편의시설 2.신항만, 신어항 3.갯벌 어민공동양식장 4.갯벌/염습지 시험장, 친환경복합단지 5.어민 공동채취장 6.요트계류장 7.갯벌체험장, 갯벌체육장 8. 철새조망대 9.갯벌조망대, 갯벌박물관, 하구생태관, 패류연구소 10.새만금 바다공원: 관광-리조트-해양공원-관광항만-해양수족관; 그 외에 3-4호 방조제- 풍력, 태양력 발전단지
공사는 여기서 멈추자
이제는 방조제만을 쌓기 위한 단순한 공사는 중단하고 그동안 공사를 수행하였던 농업기반공사와 건설사, 찬반의 학자들,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전북도의 정책입안자, 어민, 주변 농민 모두가 다시 모여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윈-윈 계획이 아니겠는가.
이제 어민들은 살아남은 새만금 하구에서 어떠한 어업공동체를 만들어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구상할 때이지 방조제의 완전한 철거를 주장할 때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일단 방조제의 연장 공사를 중단하고 보강공사를 진행하면서 모두가 노력하여 서로 대안을 제시하고 수정하고 보완하여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정말로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사교류: 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www.cham-sori.net)
참소리 icomn@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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