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심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도내 언론들은 곽시장의 발언에 대해 '소지역 이기주의에 자치단체장이 맞장구를 친 초유의 사건'으로 몰아붙이며 연일 이 문제에 집중타를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유종근 전북지사의 반응은 자못 심각한 지경이다.
유지사는 곽시장의 행동을 '도 현안사업에 협조는 못할 망정 재를 뿌리는 철 없는 행동' 쯤으로 치부하고 언론을 통해 '전북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말이 바로 "김제시가 계속 공항건설을 반대할 경우 김제시에 지원되는 각종 도비지원을 중단하겠다"이다.
우리는 이 정도 수준의 말이 지방행정 수장의 입에서 버젓이 나오고, 또 그 말이 쉬이 용납되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무릇 지역의 예산이라는 것은 꼭 써야 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가려 적재적소 배치하는 것에 묘가 있고, 그 절대적인 기준이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을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지사는 곽시장의 말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으로 12만 시민들의 숙원사업이 두루 포함된 예산지원 여부를 순식간에 결정해 버리고, 김제시민의 하나된 뜻을 소지역 이기주의라며 짓밟는 언동을 획책하고 있으니 어찌 기가막힌 현실이 아니겠는가.
'말 안들으면 아무것도 못 줘'식의 유치한 의식수준은 유지사처럼 외국에서 선진 민주주의의 대의를 배우고 돌아온 사람이 취할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이 된 전주권신공항만 하더라도 굳이 감사원의 전면 재검토 지시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서해안 고속도로와 호남고속철도가 2004년 완공되면 항공수요가 줄어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제법 설득력 있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이토록 철저히 무시한 채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있느냐는 원론적인 문제이다.
전북도가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사업 새만금종합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북도의 사업추진 스타일이 유지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도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찜찜한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유지사는 보다 열린 자세로 김제시민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신공항이 김제에 유치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시민들이 이런 전북도의 뜻에 따를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었다면 오늘날의 이같은 분쟁조차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곽시장의 반대표명으로 이제 신공항 문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를 것 같다. 이 문제를 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때 유지사는 그가 바라는 것 처럼 정치적 힘과 시민들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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