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경 일변도로 '방폐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웃 부안에서는 연일 촛불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의견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대화의 길은 모색될 기척조차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기에? 왜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있는가?
분명한 사실 하나는 '방폐장' 문제는 우리지역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폐장' 문제가 지역 전체적인 이슈가 되고있는 이 시점에서 본지에서는 앞으로 8회에 걸쳐 특집기사를 연재할 예정이다.

20세기를 주름잡아온 핵의 역사와 문제점들 그리고 '방폐장'유치를 둘러싼 갈등의 여러 과정들을 살펴보며 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자.
-편집자주-


문명의 발전과 핵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 규명, 차드윅의 '중성자' 발견 등등…

20세기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축적된 과학적 지식은 핵이라는 거대한 공룡을 만들어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실용성을 가진 엄청난 발견에 대해 학계는 물론 각분야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핵이라는 에너지는 비단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단했지만 거기에서 파생되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핵에너지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것은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투하부터 이다.

일부과학자들의 우려대로 경제성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살상용으로서의 날카로운 이빨을 먼저 드러낸 것이다.

56년 영국의 콜더 홀 원자력발전소가 세계최초로 상업적 이용의 닻을 올렸고 뒤이어 57년 미국의 쉬핑포트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핵 산업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78년 고리 1호기라는 이름의 발전소가 가동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상업운전이 시작되었다.

태양에너지를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핵보다 풍부하고 강력한 힘을 내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20세기 문명의 비약적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적어도 경제·과학·학문 등의 관점에서 보면 이보다 더한 성공적 과학유산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문명의 그림자로…

허나 여기에 정치적인 성향이 끼어 들면 문제가 달라진다.
서로간에 자국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국가현실에서 핵만큼 매력적인 매개체는 없다.

때로는 과시용으로 때로는 위협용으로 최악의 상황에서는 힘의 불균형마저 단숨에 뒤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는 물론 자신까지도 파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유혹을 분명 핵은 가지고 있다.

핵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보다 몇 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선천성기형이나 질병문제에 그 심각성이 있다.

한 예로 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로 폭팔 사고는 '신이 버린 날'이라는 표현이 오갈 정도로 엄청난 흔적이 남아있는데 지금까지도 그 피해는 줄지 않고 증가추세라고 한다.

체르노빌을 중심으로 반경 30Km구역은 완전봉쇄지역이다.
그 면적은 서울의 5배를 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앞으로 거의 영구히, 최소 100여 년간은 사람이 살지 못하고 농사도 짓지 못하는 '죽음의 땅'으로 남게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체르노빌을 끼고있는 우크라이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근지역인 벨로루시와 러시아에까지 여러 가지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사고이후 벨로루시에서는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가 50배나 증가했고 성인의 경우 180%가 늘었으며 기형아출산은 83∼85년에 비해 87∼89년에 200%가 늘어났으며 전국적으로 20%가 증가했다.
한번 핵에 노출된 지역에 복구라는 단어는 아무런 의미 조차 없는 것이다.

핵은 현존하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내는 인류의 훌륭한 동반자이지만 길을 잘못 들게되면 '희망'이라는 기본적인 미래마저도 집어 삼켜버리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둔갑하게 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가장 다른 점은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핵 역시 이런 창조성으로 말미암아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이런 능력으로 인해 태어난 피조물이 혜택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두고두고 곱씹어 생각해 봐야할 인류최대의 과제일 것이다.



'방폐장' 특집기사 연재순서

① 핵 발견, 혜택인가 재앙인가
② 우리나라 핵의 역사와 현주소
③ 방폐장, 그간의 과정들
④ 부안군 방폐장 신청과정
⑤ 부안 군민이 방폐장을 반대하는 이유
⑥ 방폐장은 전북과 김제에 무엇을 주나?
⑦ 핵 과연 싼 연료인가? 대체 에너지는?
⑧ 향후 핵에 대한 정책은 이렇게 펴야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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