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의식, 즉 장의(葬儀)는 죽은 이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며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기 위한 의식으로 이를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을 장례지도사라고 부른다.

과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장례업 및 장례지도사를 바라보는 일반사람들의 인식은 아직도 부드러운 편은 아니다.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래도 죽음과 관련된 업무인지라 몇 걸음 뒤에서 약간은 다른 눈으로 쳐다보기 일수다.

하지만 사람은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죽게 되어있는 법, 한 생명의 마지막을 돌봐주는 장례업이야말로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밝은 직업이라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한 두 사람의 장의사가 사망후의 처리를 맡았으나 요즘은 체계화된 시설 속에서 철저한 위생처리 및 관리라는 시스템 아래 장례업무가 실시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림자산업이라고 불리우던 장례업도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다룬다는 개념을 벗어나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날 망자에게 마지막 짐을 챙겨주는 길라잡이들의 현장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편집자주-

사회복지의 마지막단계 장례업

장례업을 사회복지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일의 특성상 장례업은 꼼꼼한 평가를 받기도 어렵고 밝은 쪽에서 드러내놓고 활동하기에도 녹녹치 않다.

때문에 더더욱 장례업은 사회복지라는 단어로 감싸 안을 필요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장례업은 한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베풀 수 있는 최후의 서비스(?)이다.

장례의식이 끝나면 망자는 돌아올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가게된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례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로부터 약간은 삐딱한 시선을 받고 있다.

죽은 사람을 상대로 벌어먹고 산다는 편견과 알 수 없는 두려움 등이 복합되어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장례업이 반드시 세상에 필요하다는 것에 딴지를 걸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그 직종에 종사하거나 잠시라도 그 일을 하라면 난색을 표할 것이다.

사회에 꼭 필요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장례업은 어느 정도는 복지라는 개념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포목쟁이, 서예인, 때밀이는 물론 때로는 외과의사(?)의 역할까지 해야만 하는 장례지도사들.

충실히 장례업을 수행하는 그들이 있기에 수많은 망자들이 편안하게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장례업의 전망

시간이 갈수록 장례업은 시장성이 상당히 밝은 편이다.

우리사회가 점차 고령화가 되어가고 핵가족화 현상에 따른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따라 향후에는 그 의존도가 상당히 증가하리라 예측되기 때문이다.

점차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장례관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반면 전문인력의 수요는 많이 부족한편이다.

때문에 전문인 양성차원에서 장례업을 배울 수 있는 시설 등이 속속 생겨나고 수년 전부터는 서울보건대, 동국대, 전북대, 명지대 사회대학원 등 고급교육기관에서도 따로 지도학과를 두고 전문인력을 속속 배출하고 있다.

취업은 주로 병원장례식장과 전문장례식장으로 압축될 수 있겠으며 개인자유직업인으로서의 창업도 가능하다.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1급 또는 2급의 자격증이 필수적으로 있어야하고 학과와 실기로 시험이 펼쳐지며 무엇보다도 실무경험이 중요시된다.

아직까지 시험일정은 불안정한편이며 아무리 지식에 밝아도 해당업종에 대한 적응성(?)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것이 장례업이다.

우리지역 역시 10여 년 전만 해도 집이나 주변건물 심지어는 도로변에 천막을 깔고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거의가 전문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인터뷰○

3년차 장례지도사 ㅅ계장(31·본인이 원하지 않은 관계로 실명은 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서 장례업종을 선택하게 되셨는지?

솔직히 말해서 다른 직종처럼 어릴 때부터 장례업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어서 선택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웃음)

하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나 예법에는 관심이 많았던 편인지라 대학교는 향교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다른 이의 권유로 장례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하게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적응이 잘되던가요?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고 다른 이들도 하는 것인데 나라고 왜 못하겠느냐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많이 긴장했었는데 처음 한두달 만 꾹 참으니 저절로 적응이 되더군요.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 적응 못하면 그만두는 수밖에 더 있나요?

무섭지 않으시나요?

제가 무슨 몹쓸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망자를 정성스럽게 보살펴 좋은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인데 왜 무섭나요.

귀신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있다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에게 설마 해를 입히겠어요?

일반사람보다 배짱이 좋은 편인가요?

사람들이 제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저 사람들은 시체를 다루니까 웬만한 것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을거야.

그냥 보통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으슥한 산길을 지날 때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도 똑같고 누가 놀래키면 깜짝 놀라기도 잘합니다.

단지 이곳은 직장이라서 그런 것이지 다른 장소에서 시체를 보게된다면 제대로 접근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가장 힘들 때는?

어차피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유족들을 대하니까 웬만한 것은 덤덤히 받아넘깁니다.

하지만 전염병에 걸린 시체를 아무 소리 없이 슬그머니 맡기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화가 나고 배신감이 느껴집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는데 저희도 사람인지라 어느 정도 대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병에 걸린 시체가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보호대책도 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분들이 조금은 야속합니다.

가장 기쁠 때는?

"수고하셨습니다"라든가 "덕분에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입니다"라는 한마디만 들으면 그 동안 쌓였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누구든지 남에게 좋은 일을 했을 때의 기분은 보람차고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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