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친절한 집배원으로 추천했다고요? 누가요? 저는 어떤 것이 친절한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여러 사람들의 추천을 등에 업고 찾아간 기자에게 고종인(47·월봉동 봉월마을)씨가 건넨 첫마디이다.

이어 쑥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거부의 손사래를 치는 그였다.

따르르릉.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6시면 여지없이 고종인씨는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십 수 년째 이어오는 아침 기상이지만 무거운 몸은 쉽사리 전날의 피곤함을 떨쳐낼 줄 모른다.

7시 30분을 넘기지 않고 도착한 우체국.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동료집배원들이 속속 모여들어 일할 채비를 한다.

집하장 차량에서 쏟아져 나온 편지며 각종 물품들을 두 시간에 걸쳐 분류한 다음 팀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악산·백룡 등 현재 8개 팀(팀당 7명)이 운영되고 있는데 19년차의 베테랑 고종인씨는 '논두렁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부릉, 부릉…
어느 정도 아침 이슬이 가신 오전이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다보면 단단히 챙겨 입은 잠바 속으로 한기가 아스라이 스며 들어온다.

오늘따라 주소가 제대로 적히지 않은 우편물이 무척이나 힘들게 한다.
어렵사리 집을 찾아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고 대신 옆집 사람이 뛰쳐나와 마구잡이로 욕설을 해댄다.

이유는 단하나 시끄럽다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난데없이 얻어먹은 욕에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가 속에서 울컥하지만 공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돌아선다.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지만 착한 아내와 귀여운 두 자녀를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되려 그런 일로 상대에게 화가 났었다는 자체가 미안해질 뿐이다.

"미선이, 요한이…"

자녀들의 이름을 되내이며 이곳저곳을 돌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이제 우체국으로 돌아가 인수인계를 마치고 내일 배달할 물품들을 대충 정리해야 한다.

연초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 우편량이 많기 때문에 바로 퇴근하면 아침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전 말수도 많지 않고 그리 싹싹하게 다가가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냥 내일만 했을 뿐인데…"

가장 평범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집배원 고종인씨.
마음은 한없이 따뜻하지만 표현에 서툴러 반갑거나 좋다는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평범함(?)을 인정받아 작년 12월에는 우체국에서 자체 실시한 '멋쟁이집배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멋을 낼 수 없는 집배원이 무슨 멋쟁이겠냐마는 그 동안 인정받은 여러 가지 사항들이 함축되어 인정받게된 것이다.

"요 근래는 참 이상하네요. 멋쟁이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을 멋쟁이집배원으로 뽑아 주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 친절함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여러 사람들이 추천했다고 기자분이 찾아오질 않나…"

평생을 집배원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고종인씨에게는 참 이상한 요즘이 아닐 수 없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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