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받고 정을 조제한다'

지역 내에서 40년 이상 약국을 운영해온 강병완(68) 약사의 좌우명이다.

성덕면에서 태어나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시장통 어귀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잡고있는 그는 "고향 땅에 발붙이고 살고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산다.

"요새 젊은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이를 좀 먹은 사람들까지도 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남은 여생을 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만한 복도 없지요"

물론 큰 도시로 가면 수입 면에서는 좀더 나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얼마간의 이익보다는 고향에서 내 지역 사람들의 아픈 몸에 돌봐주고 보살펴 줄 수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은 그런 것을 전부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이런 그의 모습은 무대를 좁혀 우리지역으로만 한정해도 여실히 드러난다.
요즘의 약국들은 병원을 끼거나 또는 그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고 많은 노력들을 한다.

병원에서 받아오는 처방전의 조제야말로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다보니 처방전 손님들을 많이 접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벌써 수십년째 자리잡고있는 이곳을 옮기는 것은 기존의 단골 분들에 대한 실례인 것 같아서 그냥 눌러 있으려고 합니다. 허허허…"

강병완 약사 자신이 70을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오래된 단골 역시 또래 또는 그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노인 분들인 경우가 많다.

면 단위 시골에서 일부러 버스를 타고 약을 사러오거나 병원근처에 다른 약국이 있음에도 번거롭게 처방전을 가지고 구태여 자신을 찾은 손님들을 대할 때면 약사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그이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지역 내 고향이라는 것에는 바로 이런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지역경기가 너무 어려운데 어서 빨리 회복되어 큰돈은 못 벌더라도 내 지역에서 발을 붙이고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네요"

일에 대한 신뢰, 사람에 대한 신뢰, 그리고 고향에 대한 신뢰.
오늘도 강병완 약사는 이 세가지 신뢰를 가슴에 품고 정성의 조제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종수  oetet@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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