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성산공원 묻혀진 연못위에서..
당신은 독구데기의 전설을 알고 있을까
어린 날의 신화는 화살에 박혀 있는 까닭에
그 기억의 시점은 정지되어
차마 말로 풀어낼수 없는 예닐곱살의 젖은 옷처럼
부앙과자 몇장에 녹여 먹던 교동 그 사거리...
구수멀패의 으쓱거림이 서낭당 한바퀴 돌고서
향교 앞 마당에 머무르던 코흘리개 나무 칼쌈을...
충혼탑 근처를 배회하던 유년의 성산은
사직단 논바닥 나무땔감 우마차 사이에
그 큰 소나무 아직은 서서 살아 있는데
우리 헛소리로 세월을 먼저 배우는 바람에...
김제극장 앞 실개천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독구데기의 전설도 묻히고
본정통 가슴을 흐르던 실개천도 덮히고..
우리의 30년전 기억도 휩쓸려 갔던 독한 세월 덕에
토끼산 소풍가던 영희의 목소리도
만복사 드나들던 마실간단 소리도
노래방 추억의 목소리로 덮혀 가는데...
방죽목 죽산바람이 나를 막는다
홍심정 낮은 화살은 과녘을 피하지만
묻혀진 독구데기 연못 위에서
나만은 세월을 피하지 못한 채
한때 솟아난 바위같이 추억처럼 서있다.
3년전 6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제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할 당시, 본지 96호에 게재되었던 필자의 ‘포토에세이’였습니다.
김제의 8경중에서 이제는 스케치하려 해도 스케치할 수 없는 기억속의 풍경으로 전설이 되고만 성산공원 독구데기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읍내사람이라면, 특히 성산주위의 교동리이거나, 옥산리, 갈공리, 구수멀 동네사람이라면 성산공원을 모를 리 없을 것이고, 신비와 두려움의 존재였던 독구데기의 떠도는 이야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여기에 최근 이 독구데기에 관하여 고향이 김제인 어느 여성 지인의 말을 잠깐 덧붙일까 합니다.
< 독구데기는 내 동생하고 같이 잠자리 (원가자 라고 하는)잡든 추억이 많은 방죽이었으며 해마다 한사람씩 죽어가는 죽음의 그림자 전설이 있는 곳이었지요. 실제로 갓난아이 주검이 조그만 단지에 담겨있는 것도 보았구요. 난 무서움이 없는 천방지축 소녀인 관계로 그런 독구데기에 호기심이 많았었습니다. 특히 여름날 눈만 뜨면 성산의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라 "둥구"가 많이 붙어있는 참나무를 찾아가면 덕지덕지 둥구가 있었지요. 손으로 둥구를 잡으면 손바닥이 따가우므로 치마에 담아 집으로 와서 손,발 끝부분을 잘라놓고 뒤집어 놓고 손가락으로 둥구 주위를 돌리며 "둥구야 돌아라! 둥구야 돌아라!" 그렇게 하면 날개를 펴고 막 돌곤 했지요…>
저 역시 어릴적 교동(삼포한의원 근처)에 살았던 터라 성산에 관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한 두개라면 김제사람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제 개인의 기억보다는 김제터미널에서 첫 번째 인상으로 방문객을 맞는 김제지기로서의 성산에 대한 기억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아마 김제여중과 감제여고를 졸업한 김영미 화백도 마찬가지 감성으로 전하고자 할 것 입니다.
이제는 묻혀버린 연못, 독구데기의 전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뿐입니다. 혹 김제에 가신다면 아이들 손잡고 예전 저기에 깊은 연못이 있었노라고... 그래도 아이는 모르겠지만, 행여 당신이라도 지긋이 눈감고, 굵은 소나무 절벽 밑의 푸른 바위연못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게 독구데기라고...
글-오병환 기자, 그림-김영미 화백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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