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 해 영
▣지난호에 이어...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서 10여개의 카드회사 빚을 일괄적으로 갚아주고 8년 정도 정부에 갚으면 신용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여서 30여 종류의 서류를 갖추어 등록하였습니다.
상담원의 말에 의하면 7,8년동안 매월 70~80만원을 갚게 되면 빚을 청산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마침 고등학교 3학년으로 취업한 딸이 사이버대학을 진학하겠다면서 함께 갚아가자고 용기를 주어 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멀어만 보였던 자활의 꿈이 새록새록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딸도 대학을 수년 미루더라도 빚부터 해결하자고 거들면서 제법 어른스러운 딸들 때문에 미소를 띠게 됩니다.
면사회복지계에 의하면, 내년에 첫째 딸이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면, 수급권이 중지된다고 합니다. 남편과 딸의 수입으로 충분히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상위 의료급여와 차상위 자활사업을 통해서 정상적인 괘도에 가정경제가 오를 때까지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우리 가정도 충분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도리어 많이 고마웠습니다.
특히 이번 달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중에 자활이란 개념을 설명받으면서 작은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최저생계를 모면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자녀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세워져 가난의 세대전승까지 차단하고 이후세대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루는데 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7~8년 뒤 빚청산 뿐만 아니라,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자녀들에게 '물고기 낚는 방법'을 체득하기 까지 부모로서 자녀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서 건강한 가정을 꿈꾸게 하고, "소질에 맞는 전문기술과 학업을 가난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김소월의 시중에 오랜 세월에 걸쳐 밤마다 뜨는 달에게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라고 하며 그리움을 표현한 시가 있습니다.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서름인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 김소월 -
저는 이시를 읽으면서 우리가정의 행복을 읽어내려 가는 듯 합니다.
가난 이란 '그 나물의 그밥'처럼 변화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단맛 없는 운명의 솜사탕 처럼 예전엔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정도 수급자에서 벗어날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들자 두둥실 "달"이 되었습니다.
가난이 단순한 서름이었겠습니까?
다시 그런 시절을 겪고 싶지는 않지만, 다시 태어나도 이 고난의 시간을 내 인생 앞에 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을 '모자이크와 같은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가난은 완벽한 '모난 조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의 공통된 경험은 지난 5년간 수급자라는 딱지에도 불구하고 자활을 위한 과정을 겪어오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막이나 다름없는 광야 같은 인생에서, 헤어지지 않는 신발이 되어주고, 의복이 되어주며, 단 음식과 물을 공급해 준 절대자의 섭리를 따라온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정은 자활사업을 통해서 가난을 즐기고 극복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가족간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지고 남편을 바라보는 내 눈빛에도 어느새 따뜻한 애정이 흐르게 됩니다.
저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활사업을 통해서 투박한 로맨스로 초대합니다...끝
그동안 이해영씨의 자활체험수기를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주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활대상자들에게는 삶의 동기와 목적을 심어주고 주위 분들
또한 따뜻한 눈길로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주 -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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