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기 영문학박사/천안 백석문화대 교수

  손님을 후하게 접대하는 것이 미덕으로 아는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지만 현재 널리 쓰여 지고 있는 이 말의 유래를 따져 보면 영국과 네덜란드의 해묵은 국민감정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7세기 후반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 과정에서 영국과 네덜란드는 서로 맞서서 대응하는 갈등이 발생하게 되었고,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인을 혐오하게 되면서 더치(Dutch)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귀족사회가 몰락하는 과정에서 한 귀족이 자녀를 결혼시키기로 되었는데 문제는 결혼비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고민 끝에 그 귀족은 결혼식을 치루고 참석한 하객들에게 피로연을 베풀면서 자신이 먹은 만큼 비용을 내고 가라고 하였다. 이에 참석한 하객들은 그 귀족이 처음부터 자신의 처지를 가리지 않고 잔치를 벌인 후 이를 이용하여 빚을 갚으려는 몰염치한 처사를 비아냥거리면서 네덜란드인들에 대한 혐오를 담아 더치페이란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그 의미가 실용적인 개념으로 전용되어 세계적으로 생활화된 하나의 관습이 되었다.

  독자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더치페이라는 말을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의아해 하실 것이지만 내년도(2010년) 지자체장 선거를 앞둔 민주당김제지역위원회가 김제시장후보 경선을 치르려고 하는 양상이 하객들의 뒤통수나 치는 그런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김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에서 이 글을 올리게 되었다.

  지역의 일꾼을 뽑기 위한 지자체 선거는 입지자들만을 위한 축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이 선거에 참여한 모든 주민들의 축제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 축제로의 승화는 화합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되어야하며 그 축제의 주인공은 마땅히 주민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에 의해 지역주의가 양극화되면서 정당의 공천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특정 정당의 지역 편중 현상은 익히 보아온 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마 지망자들은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환상을 갖게 되어 특정 정당의 공천에 모든 것을 거는 올인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 후에는 과열 현상에 따르는 여러 잡음들이 발생해온 것이 또한 사실이다. 

  정당은 선거에 이김으로 성가를 드러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지역의 지배력을 가질 수 있고 더 큰 정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무소속인 현 시장의 독주가 예상되기 때문에 1년도 훨씬 더 남겨둔 가운데 공천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의 낮은 지명도를 높이려는 정당의 고육지책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법이고 아무리 급하다 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정당은 그 정책으로 평가 받으며 민의의 소재가 어디 있는지를 살펴 정책화하고 이를 실현시키려는 의지와 실천력을 보여줌으로써 시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잔치가 열리려면 그 잔치의 내용을 알리고 잔치 날에 맞춰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잔치의 목적은 간데없고 잔치가 열리기도 전에 잔치에 나설 악사와 무희들만을 데리고 풍악을 울리는데 급급하여 정작 잔치 날에 초대되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즐길 여흥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손님들은 이 잔치에 대해 어찌 생각할 것인가? 잔치를 주최하는 사람이 자신의 오만과 성급한 판단으로 잔치에 초대될 손님들은 도외시하고 자신들만의 잔치로 끝내려 하는가? 

  내년 6월의 공식선거 1년 전인 금년 5월의 경선 추진은 잔치에 초대될 손님들에게 아무리 그 취지를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한다 해도 정작 손님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잔치가 개최되는 날을 잊어버릴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아직 잔치 날은 멀리 남아있고 잔치에 초대될 수 있는 손님들은 하루하루 생업의 현장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정작 베짱이처럼 시종일관 노래만 부르고 있을 것인가?

  거저 와서 잔치에 참여해서 자리를 빛내 달라고 해 놓고서는 잔치가 파하고 돌아서는 손님들에게 음식 값을 요구하는 후안무치의 귀족이 되려는 것인가? 과연 그들만의 잔치는 열리려는 것인가?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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