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기 백석문화대 교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지방분권국민운동, 한국여성유권자연맹, YMCA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학계가 오는 6월을 법 개정 시한으로 정하여 지방정치의 중앙정당 예속 탈피와 지방자치 정신을 강화하기 위해 1천만 서명운동, 지역 순회 토론회, 궐기대회 등을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해 나가기로 보도되었다. 

 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은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부활한 후 정치권의 고질적인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실시 초기부터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빚어지는 줄서기와, 막대기만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특정 정치세력의 독식으로 인한 폐단과, 지자체 단체장 등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로 인해 끊임없는 금품수수 논란 등 공천비리와 잡음,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 중앙정치에 대한 지역정치권의 눈치 보기와 줄서기 등 패악이 심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초단체장들은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에도 공천권을 쥔 중앙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피고, 심할 경우 거액의 '공천 헌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공천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정당에 의한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명분에서 출발했지만 정당책임정치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큰 것으로 확인되어왔기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 본래의 지방자치제도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국회 지방자치발전연구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스미스리서치 의뢰,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2176명(총 인원 3851명 중 56.5%)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당의 기초단체장 공천제 폐지 의견이 73.9%를 나타냈으며 자유선진당 83.1%, 민주당 79.4%, 한나라당 69.3% 순으로 나타나 지방자치단체 스스로도 지역대표성을 약화시키는 정당공천제를 과감하게 폐지하여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겐 정당공천 폐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역구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자신의 선거에 있어서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지자체장을 장악할 수 없는 점이 정당공천제 폐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권과 정치학자들은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과 대의 민주주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정당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공천 배제라는 문제의 핵심은 제도의 실행과정에서 빚어지는 남용과 일탈에 의한 본말전도된 현실왜곡의 후유증 발생을 어떻게 차단하느냐이다. 

  우리 김제 시민들은 민선2기 때 민주당 경선에서 '바를 정(正)자 사건'으로 공천이 배제된 곽인희 전 시장을 무소속후보로 당선시켰고, 현재의 민선 4기 이건식 시장 또한 무소속후보로 당선시키는 등 민선 4기 중 절반의 선거에서 무소속 시장을 선출함으로써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깨뜨리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순수하게 지역을 챙기고 지역민의 삶을 세세하게 어루만질 수 있는 지자체장을 선출하는데 있어서 정당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지역민 위에 군림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오만함을 선거를 통해 표로써 심판하는 성숙한 정치의식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민주당 김제지역위원회의 조기경선 움직임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민주당 김제지역위원회가 무슨 취지와 배경으로 본 선거를 1년이나 남겨놓고 조기 경선을 치르려고 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의 운영정책에 부합되는 것이고 우리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민주당은 공천제 폐지에 대한 풀뿌리 민심에 대해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고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대의를 위해 나설 자세가 되어있는가?>

  전국 곳곳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울려대는 북소리가 온라인을 거쳐 오프라인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결자해지라 했던가? 하지만 묶은 사람과 묶인 사람 서로가 이해 당사자인 경우에 당사자들끼리 얽힌 것을 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간다고 해도 잘못 꿰어진 단추는 불편할 뿐이고 반드시 바로 꿰어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할 때이고 이를 위해 우리가 나서야 될 때이다. 바야흐로 진실을 알리고 밝히려는 북소리에 새삼 귀 기울여 이를 널리 울려 퍼지도록 하려는 정당공천 폐지 운동에 성숙한 김제 시민이 나서야 될 때인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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