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가 날아 앉듯이


재작년, 여기 용지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3월 달의 일이다. 3월이지만 작은 학교이고 1,2학년때 수업은 들어가서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나 가정 환경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서 우리 반이 된 남학생 규종이를 걱정해서 점심 시간 이후 "점심은 맛있게 먹었는냐?" 하고 가끔 물어보면 "예, 잘 먹었어요" 하길래 그런 줄 알고 지내다가 4월부터 교육청에서 급식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아이를 신청하고서 "이제 4월 부터는 도시락 안 싸와도 될 거야, 그 동안 너희 누나가 애썼다" 하는데 그 때서야 "제가 안 싸왔어요" 하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고 했더니 이 아이가 첫 날 도시락을 안 싸오자 우리 반 여자 부실장인 은미가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이 아이 도시락을 싸 주시면 어떻겠냐고 여쭈어 보자 흔쾌히 어머니께서 허락을 해주시면서, 이왕이면 새 도시락에 싸 주려고 면소재지 가겟집으로 도시락을 사러 갔는데 그 상점이 또 우리 반 남학생 형명이 집이었다. 상황 얘기를 듣고 그 어머니께서 동참해주시고, 또 여학생 진주가 동참을 해서 세 학생의 어머니께서 담임도 모르게 한 달 동안을 도시락을 교대로 싸 주셨던 것이다. 물론 4월부터 교육청 급식이 없었더라면 졸업하는 그 날까지 말없이 사랑의 도시락을 싸주셨을 것이다. 그러시고도 전혀 내색을 안 하실 학부형들이셨다.


말로만 걱정해 주었던 담임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드러나지 않게 남다른 급우애를 가진 우리 반 세 남·녀학생의 어여쁜 마음에 감동이 되어서, 또 말없이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걱정해 주신 세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1년 동안 너무나 뿌듯하게 아이들과 생활할 때 교실 붕괴는 없었다.


풋풋하기가 신록보다 더한 우리 아이들이 날아와 앉을 커다란 나무가 되기 위해서, 조용히 땅속으로 스며드는 한 방울의 빗물이고 싶다.


그렇게 정겨웠던 학교가 요즈음 교실 붕괴니, 학교 붕괴니 하는 말들로 넘쳐 난다. 무한경쟁의 입시체제에서는 우리 학생 어느 누구도 교실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사회의 일방적인 교사들의 정년 단축, 명예 퇴직 등으로 인한 교권의 실추된 환경이 아직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서로들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서로들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뭇가지에 새가 날아 앉듯이, 극히 자연스러운 스승과 제자, 학부형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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