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부 온천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가마도 지옥순례를 했다. 선명한 코발트색 탕인 바다 지옥, 붉은 점토가 분출하는 피 지옥, 회오리 지옥 등으로 불리는 8개의 간헐천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일반적 코스다. 지하 수백 미터 아래에서 뜨거운 열탕과 수증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돌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 증기는 땅속에 사는 거대한 용의 뜨거운 입김이 아닐는지 상상해 본다.

  흙탕물이 끓고 있는 연못에 담배 불을 대니 연기가 훅 올라오면서 끓어오른다.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위에 있다니 섬뜩한 기분이다. 성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계속 걸어 다녔지만 뜨거운 온천물에 족욕을 하자 피로가 풀렸다. 

  특유의 계란 냄새가 나는 유황재배지에 갔다. 우리가 명반이라고 하는 유노하나는 온천의 꽃이라고 한다. 애도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채취방법으로 생산되는 순수 온천성분이다. 각종 미네랄 성분과 마그네슘, 철 등의 유효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상품화되어 있다.

  일본 사람을 일컬어 한 손에는 꽃을 한 손에는 칼을 가졌다고 한다. 겉은 친절하고 고분고분하지만 속은 분명하고 날 선 이면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나 싶다. 친절이라는 말을 한자 그대로를 풀면 '어버이를 끊어 준다' 이다. 일본에서 가장 명예로운 죽음을 할복으로 여기는데, 그런 경우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한다. 그 때 괴로움을 끊어 주기위해 장남이 부모의 목을 한 번에 쳐주는 것에서 나온 말이 친절이라니, 몸서리가 쳐진다.

  점심은 유명하다는 우동집에 갔는데, 예약시간보다 30분 일찍 왔다고 밖에서 기다리란다. 이 사람들의 철저한 시간관념이라니. 가까운 관광지를 돌아보고 다시 가야했다.

  일본 음식은 싱싱한 생선도 많고 밥도 맛있어서 큰 문제는 없지만,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개운치 않다. 전에는 냄새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는 김치도, 한국 사람을 위해 매끼마다 나오지만, 들쩍지근한 맛이 마땅치는 않다. 그래도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발효된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요리 낫도를 일부러 많이 먹었다. 

  오후엔 오래된 떡갈나무 숲속을 산책했다. 이 숲길은 우사신궁(宇佐神宮)에 있는데 일본인들이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입구에 우리네 '솟대'와 비슷한 진황색의 도리이가 세워져있다. 소원을 적은 쪽지가 빽빽이 걸려있는 곳도 있고, 기부를 한 후 자신의 신상명세서를 적은 나무판 같은 것이 즐비하게 꽂혀 있기도 하다. 신을 의지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엿보이는데, 이것이 우사 신궁의 주요 수입원이 된단다.

  돌아다니면서 도로가 좁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대부분 1차선이다. 그래도 차가 밀려서 서행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갓길 주차도 전혀 볼 수 없었는데 벌금이 높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질서의식이 부러웠다. 관광지방문도 모두 예약제로 되어있기 때문에 벚꽃 철에도 주차난은 없단다. 예약되지 않은 차는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기사는 항상 도시락과 빈병을 준비한다고 한다.

  계속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어 2월인데도 낮 기온이 16도를 웃돌아 4월 같다. 신모지에서 훼리를 타고 오사카로 향한다. 저녁식사는 벤또로 해결하고. 배안의 좁은 이층 침대에서 잤다. 섬 사이로 가는 것이라서 심한 풍랑이나 멀미는 없었지만, 계속 진동하는 바람에 잠들기 어려웠다. 그래도 배안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꽃을 피운 하룻밤이었다. 

  불편한 잠자리와 부실한 저녁식사가 죄송하다고 가이드가 말했지만,

  '이따시 마시떼(천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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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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