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이었든가? 어느 TV 방송에 예전의 김제읍사무소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드라마가 방영된 기억이 있다.


지금도 가끔 활약중인 조아무개 탈렌트가 주연으로 나오는 윤흥길 원작의 '완장'이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속의 주인공인 '종술'은 지금의 김제 백산저수지에서 양어장지기를 하는 완장찬 모습으로 나와서 서푼어치의 권력을 휘드르는 '상징성의 권력무게'를 보여주고, 이 땅의 오래되지 않은 역사, 일제시대와 6.25를 연상시키는 참으로 우습지만 우습지 않은 희극을 보여 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지금 김제의 거리 곳곳에는 완장아닌 완장이 존재하고 있는 전 근대적인 '회귀현상'이 다시금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호루라기'이다. 초여름 거리의 평화를 깨는 익숙한 이 소리는 초등학교시절 '하나 둘 셋 넷'의 발걸음 맞추기식의 어떤 조율이었지만 지금의 이 호루라기 소리는 거리변 상인들의 가슴을 짓이기는 공익요원들의 '차 빨리 빼'라는 조급한 메세지로 돌아와 그 '완장'의 얼굴을 대신하고 있다.


5월과 6월사이, 김제는 늘 그렇듯이 농번기를 맞아 거리의 상가들은 파리들의 날개짓만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만 보아도 '내 손님'같은 조바심에 장사를 하게 된다.


굳이 손님이 왕은 아니더라도 내 가게앞에 차를 세우면 금방이라도 달려나가 "어서오십시요"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어김없이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는 '질서'이전의 '생계'를 위협하는 '허망한 권력의 대변자'같이 상인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우리는 질서의 존립을 존중한다. 그와 동시에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무가내식 단속과 고압적인 호루라기 소리보다는 빈약한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대안제시가 더욱 시급한 현실에서, 사람많지 않은 거리의 호루라기소리는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제 완장으로서의 호루라기는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고막을 가로지르는 고음에서 상인들의 예민한 몸짓을 볼수 있다면 이 '호루라기 소리'의 입안자들은 하루속히 현장을 직시하고 그들 스스로 채울려는 '서푼어치의 권력'에서 잠시 돌아다 보아야 할 것이다.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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