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幼年)의 기억이 들판에 번지면서

숯검뎅이 보리 구어먹던 아득한 세월을 세어 보았다.

얼추 제법일만큼의 무게를 가진 나이 뒤에서는

허리 휘어지게 가난했던 그 배고픔조차 잊었지만

들녘에 피는 한무더기의 연기속에서

세상속에 있던 접혀진 추억은 매운 눈물만큼 다가왔다.



겉보리 팔아 6월은, 십리밖 학교에 공납금내고도

어머니는 웃음을 지우지 않았지만

둘러친 수건밑 그을린 얼굴엔 펴지지 않은 주름이

이미 제나이보다 두걸음 앞선 탓에

초여름 하늘, 보리타작 도리질이 제걸음에 서럽겠다.

이젠 돌아와서

계절이 마주치는 땅위에

어머니는 또다시 땀방울을 꿈꾸겠지만,

가지많은 나무엔 언제나 자식풍년이 먼저일뿐..



거두어들임과 내밀어뿌림이 공존하는

고향입구엔

당신이 늘 상상하던

빛바랜 사연과 입가장자리 까맣던 그 보리서리...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유년의 기억이 들판에 번지면서

연기처럼 과거는 허공으로 묻어지며

구수한 목마름에 어머니가 그립다.



<광활면 옥포리 들녘에서>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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