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촌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경희(37·딸기문구) 주부는 얼마 전 뜻하지 않은 기쁨을 누렸다. 다름 아닌 우연히 참가한 글짓기 대회에서 연속해서 수상하는 경사를 가진 것. 건전한 독서기풍을 진작하고 생활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실시한 '제33회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편지글 일반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제시 최우수상은 물론 전라북도 최우수상까지 싹쓸이했는데 본인 조차도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10년차 주부인 조경희씨가 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근처에 위치한 새마을도서관을 지나가다 편지쓰기대회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순간 시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10년전 시집와서 철없는 행동을 많이 했음에도 항상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시어머니, 살아계실 때는 몰랐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함께했던 지난시간이 떠나지 않고 맴돌았고 어떤 기억들은 마음속 짐으로 남아 가슴 한켠에 답답함으로 남아있었다.

  "휴우… 저도 사람인데 항상 좋기만 했겠어요.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야속하고 그런 추억들이 뭉뚱그려져 마음에 담겨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 안계시다고 생각하니까 죄송한 심정이 더 깊게 자리잡고 있더라구요.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챙겨주신 분이거든요. 사람사이의 추억이라는게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조경희 주부는 글을 많이 써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소질이 있다는 평은 많이 들었다고 한다. 감성이 풍부한지라 가슴속 얘기를 글로 풀어놓는 재주가 좋았던 것. 그녀의 글을 읽어본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번 대회 외에도 몇 년전 MBC여성시대에서 주관한 편지쓰기 대회에 입상해 결혼식과 중국 크루즈 여행비용을 협찬받은 적도 있다. 

  "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던지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어요. 아마도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저와 못다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다른 분들도 혹시 어머님이 옆에 계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있는 힘껏 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옆에 안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몰라요"
  오랜만에 시어머니와 못다한 얘기를 나눈 조경희 주부의 얼굴에는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 제33회 국민독서경진대회 편지글부문 전북 최우수상을 받은 조경희씨는 "돌아가신 시어머님께서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제33회 국민독서경진대회 편지글부문 전북 최우수상 수상작

내 평생에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조경희(주부·37·요촌동)

  어머님!
  이제는 그곳에서 평안하신가요?  저는 살아생전 어머니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을 철부지 막내며느리입니다.
  몇 글자 쓰지도 못했는데 또 이렇게 자책하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살아 생전 상냥한 전화목소리 조차도 아까워 했던 제가 이제야 무슨 염치로 어머니를 그리워 하고 그곳의 안부를 묻고 있는지... 이렇게 못난 저를 어떻게 내려보고 계실지. 그저 죄송하단 말밖에 할말이 없네요.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년이 되어갑니다.
  도무지 어떤 해결책도 만들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냉정하고 깊은골이 파인 상태로 제 마음속에 미움만을 그리고 계셨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어쩜 순간 하나님께 감사 기도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어짜피 이렇게 서로 불행해야 한다면 이런 마지막도 괜찮겠다는 생각속에 별다른 슬픔없이 어머니를 멀리 떠나 보내고 한동안 마음속으로 만세도 불렀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밀려드는 허무함은 무엇인가요?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옵니다. 여느집 며느리들은 누구누구의 며느리로서 각자의 본분을 다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몇 안되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마음으로 그리면서 이 명절을 보내야 하겠지요.
  가끔씩은 환한 미소도 지으셨던 것 같은데... 어머니와 저는 어디부터 잘못 된 것이었던 걸까요? 곰곰이 헝클어진 실타래를 푸는 심정으로 지난날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왜 그땐 똑같은 이런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었던 걸까요? 너무 많이 이기적인 저 였던거 같습니다.
  홀어머니의 금쪽같은 막둥이 효자 아들이 어느날 부터인가 어머니의 품에서 떠나려고 했던게 서운하셨던거였는데 그때는 왜 그 품을 함께 지켜 줄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어쩜 어머니의 그 외로움을 즐겼던거 같아요. 당신도 사랑이 고프셨던건데...
  왜 그 때 저는 그렇게 많이 어리석었던걸까요? '제가 조금만 더 현명했었더라면 어쩜 이 명절도 함께 할 수 도 있었을텐데'라는 부질 없고 한심한 생각을 하는 저를 넓으신 마음으로 가엽게 봐주세요.
  어머니!
  살아 생전에 하셨던 말씀처럼 "나한테 하는건 미워도 아들 낳아서 대를 이어준걸로 내가 참는다" 하신 말씀처럼 어머니가 그렇게 사랑하셨던 어머니 눈 속의 그 귀한 손주녀석들 제가 이쁘게 잘 키울게요.
  이제 그만 어머니와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진짜 화해를 하고 싶습니다. 비록 어머니는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어머니랑 좋았었던 시절로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갑니다. 3. 2 .1 .0 ...  어머니!
  지금부터 제 마음속에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어머니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슬퍼하지 않고 그리 아끼셨던 막내아들이랑 손주들이랑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좋은 이야기들 많이 전해드려 어머니 많이많이 웃으실 수 있게 해 드릴께요.
  다음 주면 추석입니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맛있는 음식을 다시 맛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오늘을 기점으로 어머니를 만나러 추모관 가는길이 덜 무거울 것 같네요.
  힘들게 고생스럽게 육남매 키우시느라 어머님의 자리가 많이 버거우셨죠? 그곳에서는 부디 행복하시길 두손모아 기도 드립니다.
  어머니의 사랑하는 막내아들 또 그토록 사랑하셨던 손주녀석들에게 어머니의 빈자리까지 제가 더 열심히 채우고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머니!
  제가 염치없는 립서비스 한번해도 될까요? 살아생전 어머니에게 너무나 지독한 감정의 자린고비 였던게 제일 후회가 됩니다.
  왜 그 말한마디를 하지 못했을까? 라는게 제일 마음에 걸렸었는데. 오늘 한번 제 마음을 가득 담아 불러 봅니다.
  어머니!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김종수 시민/객원기자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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