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당시 구미란전투에서 희생된 동학농민군의 넋을 위로하고 그 정신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사)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주최로 지난달 21일 금산면 구미마을 구미란전적지에서 열렸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 추모행사는 2008년도에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창립되면서 구미마을로부터 기금 157만원과 함께 위령제를 위임받아서 주관해오고 있다. 위령제를 올린 후 구미마을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밥상을 차리고 따듯한 밥을 나누는 것으로 농한기에 이웃마을 주민들이 함께 했다. 

  이날 행사에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김대곤이사장과 전국유족회 김석태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주민들과 유족들의 숙원이던 원평집강소 매입과 복원사업이 확정된 것을 축하하고, 차가운 날씨에도 위령제를 준비한 구미마을 주민들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원평은 전봉준장군 부대가 공주전투에서 후퇴하고 6∼7천여 명의 동학농민군이 재기의 항전을 위해 재집결했던 전략적 요충지로 전봉준장군의 활동 근거지이다. 원평장터 옛길 어귀의 구미란에서 120년 전 엄동설한에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포를 쏘며 치러진 전투상황을 『순무선봉진등록(巡撫先鋒陣謄錄)』을 통해서 살펴보면, 관군과 일본군은 한명도 다친 자가 없으며 '혹은 찌르고 베어서' 희생된 동학농민군이 37명이라는 관군 측의 기록만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이 국제조약과 여론을 의식하여 고의적으로 은폐하거나 축소한 정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구미란전투에서 일본군의 화력과 신무기에 밀려 동학농민군이 흩어지고 난 후 남겨진 것이 쌀 500섬, 돈 3천냥, 탄환 7섬, 화약 5궤짝, 칼과 창 200자루 등이며 사상자의 숫자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투가 벌어지면서 피신했던 주민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불 타버린 마을로 돌아왔을 때에는 마을뒷산의 주검들을 개가 물고 다녔고, 너무 처참하여 주민들이 골짜기에 또는 양지바른 곳곳에 묻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문화재청에서는 원평집강소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통해 매입하고 내년까지 건물 복원을 마칠 예정이다. 또한 김제시가 120년 전 마을 뒷산에 묻힌 이름 없는 동학농민군들의 무덤이 남아있는 구역을 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매년 1천여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던 구미란 전적지에 원평집강소의 명성과 함께 방문객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대형버스의 진입이 어렵고 주차공간과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전무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방문객을 적극 유치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윤경 기자  ky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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