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전주시(시장 김승수)가 최근 육군제206항공대대(이하 항공대대)의 이전 부지를 전주시 도도동으로 최종 결정하고, 오는 9월까지 사업계획 승인과 토지보상 착수 및 내년 3월 공사를 시작해 2018년까지 항공대대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이전부지 인근 주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에 앞서 백구·용지면은 지난 2월 '전주항공대대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금량·이하 백구비대위)를 구성하고 이건식 시장을 비롯해 최규성 국회의원과의 면담을 가진 뒤 지난달 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항공대대 이전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같은달 6일 이건식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제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어떠한 계획과 절차라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주시에 있으며 김제시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후 '백구비대위'와 주민 500여명은 지난달 12일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1차 집회를 열고 항공대대 도도동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주시가 우리시 백구·용지면민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자 지난달 19일 익산시 '춘포면항공대대이전반대투쟁위원회'와 연대를 결의하고 백구, 용지, 익산시 춘포면, 전주시 조촌동(도도동)주민 등 12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항공대대 이전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지난달 26일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개최했다.

  4개지역 주민들이 한데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집회에서 정금량 백구비대위원장은 "이해당사자인 주민들과 소통 없이 행해진 전주시의 졸속행정은 도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국방부와 전주시는 지자체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항공대대 이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는 4개 지역 주민대표 8명과 김승수 전주시장과의 면담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전주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청사로 진입하려던 주민대표측과 이를 막아선 경찰들간의 일촉즉발 대치상황이 연출되며 한때 집회장이 집단 혼란에 빠졌지만 이내 주민대표단은 안정을 되찾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등 별 다른 유혈사태 없이 청사로 입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면담 자리에서 주민대표들은 김승수 전주시장과 항공대대 이전 문제를 놓고 여러 의견을 교환했으나 결국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허무하게 끝이 났다.

  백구비대위는 ▲항공대대 이전에 따른 소음공해로 인해 가축과 농작물의 생산성저하 ▲사업 이전부지 인근에 위치한 초등 2개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직접 피해지역인 김제시와 기본적인 절차 및 협의 없이 진행된 전주시의 지자체간 상생과 화합의 정신 훼손 ▲당초 계획안대로 임실군과의 협의 진행 및 타 지역으로의 이동 등을 주장했다.

  주민대표로 참가한 백창민 시의원은 "임실군민들의 저항에 부딪쳐서 이전하지 못했던 사업을 지역주민들과 협의 없이 김제시 인근 부지로 선정한다는 것은 백구·용지면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어 주민대표들은 "35사단이 임실군으로 이전한 만큼 항공대대 역시 군 작전수행을 고려해 35사단 인근에 위치해야 유사시 화력지원에 소요되는 시간단축 등 여러모로 합리적이다"며, "임실군으로의 이전이 힘들다면 군산공항이나 새만금간척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승수 전주시장은 "주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주시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항공대대 이전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항공대대 이전 문제를 놓고 전주시와 주민대표와의 간극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민대표들은 "전주시가 계속해서 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지속적인 주민투쟁은 물론 법적 대응까지 나설 계획"임을 내비쳤다.

  한편 전주시가 항공대대 이전 문제를 놓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배경에는 전주 에코시티 조성사업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전주 에코시티 조성사업'은 옛 육군 35사단이 위치한 전주시 송천동 일원의 부지 60여만평에 1만3천여세대(주상복합아파트 포함) 수용예정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으로서, 에코시티 조성은 민간투자자들이 35사단을 임실로 이전해 주는 대신 투자업체가 이 부지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됐고, 민간투자업체는 이를 위해 금융권에서 5천여억원을 대출받아 35사단 이전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간 지연됐던 35사단 이전 문제와 최근 항공대대 문제까지 발목을 잡히면서 전주 에코시티 조성사업에 참여하는 민간투자업체들의 하루 누적 금융비용이 7~8천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악화되자 대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업이 본격화되면 이 금융비용이 아파트 분양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주시가 도도동 인근 주민들의 뿔난 여론을 무시한채 항공대대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혁신도시로 재미를 본 전주시가 향후 더 큰 도시로서의 도약을 위해 송천동 일대의 도시정비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항공대대 이전 부지의 주민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결말이 비극으로 끝날 줄 알면서도 각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중인 전주시는 수 많은 피해자가 생겨나도 지자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지자체간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아 소통해야 할 것이다.

남성훈 기자  nam3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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