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사에 있어 지난 반세기는 오욕의 세월이었다. 외세에 의한 남북분단에 이은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형제자매가 원수처럼 갈라져 사사건건 다투고 대립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우리 민족사에 다시 있어서는 알 될 극한 대립과 갈등의 역사, 20세기는 갔다. 그리고 새천년 신세기가 열렸다. 새로운 천년은 우리 민족에게 그동안 선언적 구호나 화두로만 떠돌던 '통일'을 실제화 할 수 있다는 현실로 다가왔다.
새천년 첫 해인 지난해 6월 15일, 남과 북의 정상이 역사적인 상봉을 하고 평화통일 실현의지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날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며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모두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문의 담긴 내용을 간추려 보면 첫째, 통일문제를 남북이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며 둘째, 남과 북의 통일방안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자는 것이며 셋째, 이산가족 및 장기수 문제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것이며 넷째,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신뢰를 다지자는 것이며 다섯째, 위 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당국간 대화를 갖기로 하며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이다.
6·15남북공동선언이 있은 지도 어느덧 한 해가 지나고 다시 8·15를 맞고 있다. 지난 한 해동인 참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산가족들이 상봉했으며 장기수들의 송환이 이루어졌다. 또 남북의 종교인을 비롯한 지식인, 노동자, 농민들의 교류가 이어지고 경제협력도 급물살을 탔으며 문화와 체육계 교류도 괄목할 만 하다.
이처럼 통일의 기운이 곳곳에서 생기있게 움트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바야흐로 분단의 시대가 가고 통일의 시대가 열림을 예고하는 드라마와 같은 1년이었다.
그러나 통일의 길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과 북 모두 통일시대를 그리며 새로운 변화와 전망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과거 냉전이데올로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엄존하고 있음은 통일시대를 지향하는데 크나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틈만 나면 이념적 잣대로 국민들 편을 가르고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일들이 수시로 우리 사회를 횡행하고 있다. 이는 분단과 냉전시대에 그들만이 누렸던 특권이 통일시대의 문턱에서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또다른 반작용일 따름이다.
허나 이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냉전이데올로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반 대중의 인식이다. '통일'을 얘기하면 먼저 이념적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태도다. 이 역시 분단 반세기가 잉태한 부산물인 셈이다. 냉전이데올로기로 점철해 온 반세기동안 은연중 우리의 의식에 자리잡은 까닭이다.
어느 시인은 오래 전 이렇게 노래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던 날 남녘도 울고 북녘도 울었다. 그 가슴 벅찬 감동의 눈물은 반세기동안 찢겨진 산하를 가르던 철조망을 녹이고도 남는다. 어쩌면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가슴속에 자신도 모르게 또아리를 틀고있을 분단의 삼팔선을 걷어내는 일이다. 이것이 7천만 겨레의 염원인 통일을 앞당기고 21세기 통일시대를 맞을 채비를 다하는 길이리라.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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