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김수연 옹

"아무리 좋은 음식도 먹지 않고서는 그 맛을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유식한 지식이 많아도 그것을 배워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50년 가까이 한학을 가르켜온 화석(和石) 김수연 옹(76)의 말이다.

그 동안 교육생들에게 일체 '학채'(수업료)를 일절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집에서 한학을 가르켜온 김옹은 더 많은 후학 양성을 위해 7년 동안 살아왔던 정읍시 산외면에서 자리를 옮겨 최근 자신의 고향인 김제시 성덕면 대석리 대석마을에 전통한옥 양식의 '학성(學聖)강당'을 새롭게 열었다.


조선말 유학자인 서암 김희진(瑞巖 金熙鎭) 선생에게서 학문을 배워 기호학파의 맥을 잇고 있는 김옹은 어려서부터 한학에 뜻을 가져 29세 때부터 자신의 집에서 한학을 가르켜 왔다.


그 동안 김제와 충남 부여, 정읍 등지를 돌며 후학양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 김옹은 평생 상투와 흰옷만을 고집하면서도 "선비가 놀고 먹어서는 안된다"며 농사일을 직접 하는 실천적 학풍을 중시해 오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학성강당'은 5남2녀의 자식들의 도움으로 7억5천여만을 들여 세워졌다.


'학성강당'은 대지 8백40평, 건평 85평 규모이며, 서당에는 크고 작은방 26개가 들어서 있어 1백여명의 교육생이 숙식하며 한학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김옹은 처음 이 서당을 세운다고 했을 때 수많은 후학들이 십시일반으로 건립을 돕겠다고 했지만 학문은 이미 자신 속에 있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지 없는 것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요즘 동네 학생들은 물론 서울, 강원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대학생과 한의사, 사법연수생, 교사 등 30여명이 학문연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교육생들의 하루 시작은 새벽 4시 30분.

이들은 4시30분에 기상을 시작으로 5시 서로에 대한 문안인사와 함께 1대1 방식으로 '대학'을 비롯해 '사서삼경' 등의 강의를 저녁 10시까지 하고 있다.


교육생들에 대한 수강료는 무료이지만 식사는 옛 전통대로 학생들이 쌀과 반찬을 가져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3년 동안 줄곧 학성강당에서 김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는 신광우(30·서울)씨는 "꼿꼿한 선비정신으로 50년 가까이 후학을 가르키고 있는 선생님이 가끔씩 이 시대의 동떨어진 옛 사람인 것처럼, 또는 천자문이나 가르키는 동네 훈장선생님인 것처럼 보여질 때가 있어 안타까웠다"며 "앞으로는 이 시대 올바른 한학자로써 참 교육을 실천하는 스승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문이란 자신 속에 이미 갖춰진 올바른 양심을 본인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지 없는 것을 스승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기에 학비나 도움을 받을 수 없지요"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늘 한복에 치포관을 쓴 김옹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한학의 참 뜻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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