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이야기 3


빈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나락을 훑어 내고 이삭을 주워 담고


떨어지는 낟알의 철없는 심술까지 만학(萬壑)의 품에 다독이며


삶을 홀태질 하다간 사람들


가난의 문턱은 싸락눈이 쌓일수록


애꿎은 어머니의 몸빼 바지만 잡아 당겼단다


바람에 흔들리던 문간방 호롱불은


균열의 틈마다 얼었던 구들장을 녹이며


깜깜한 문명 속에 가려진 원시림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랬을거다


깨진 사금파리는 장독대에 오르지 못 하고


음습한 돌틈새로


어머니가 되셨고 할머니가 되셨을


흙가슴에 기대며 부러진 나뭇가지의 관절을 딛고


발아하는 작은 풀씨들을 자생시키며


도심 밖으로 뛰쳐 나올 겁먹은 오소리를 기다린지 오래였지만


뜰안의 감나무는 아비처럼 스러져 갔고


뒤안의 골담초는 칡넝쿨에 감기어 우거진 숲이 되어갔다


까마득한 날들을 자작이며 잿속의 흰뼈들을 들췄을 때


어머니는 순수의 알갱이를 남기신 숯이 되셨다



아궁이가 식는다 한 세월이 식는다


문명의 헤진 문턱을 뛰어 넘어 온 몸이 뜨거운 내 안의


일주문으로 아이들이 들어온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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