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과 수매량 감소, 쌀 재고량 증가 등으로 전국 쌀생산량의 4%를 차지하고 있는 김제지역의 농촌경제가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16만원대를 유지하던 쌀값은 올해 7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최근 14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나마 거래물량도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96년 이후 쌀 자급율이 100%를 웃돌아 올해는 재고 쌀 누적량과 겹쳐 가격폭락까지 예상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다.
정부가 지난 4일 내놓은 '2004년 쌀 재협상에 대비한 쌀 산업 발전 종합대책(안)' 자료에 따르면 쌀 소득이 전체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수준이다.
쌀 농사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농업, 농가소득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정부의 쌀 증산 정책 포기는 쌀 농사는 물론 농업 전반, 지역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전환은 국내 농업 자체에 큰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의 변화 의미를 증산 위주에서 미질 위주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농민, 농민단체들은 이를 정부의 쌀 농사 포기, 농업 포기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정책전환에 대해 농민들은 농사포기라는 '신탈농 시대'가 개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농업포기 정책이다"
이처럼 농가소득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는 농업의 틀 자체를 바꿔놓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지역 내 농업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농민 정홍만씨(49·광활면)는 "쌀 못 팔아먹는다면 누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느냐"며 "묵는 땅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히 신탈농시대도 올 것이다"고 말했다.
또 김제농민회 최낙민 회장도 "현재 쌀 농사 농민의 주류를 이루는 50대 이상이 아닌 이하는 소득이 없으면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농민들이다"며 "논에서 들로 변해버릴 논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그 동안 정부 정책을 믿고 휴경지 논까지 일구어 농사를 짓던 농가들은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됐다. 더구나 관내에서 생산된 쌀도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많은 쌀이 남아돌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 또한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제시도 정부의 정책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쌀 소득의 감소와 포기에 따른 대체 작물의 재배 또한 타 작물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제농민회 최 회장은 쌀에 대한 가치인식 저하에 따른 타 작목으로의 전환은 농업 전분야에 과잉생산을 몰고와 '도미노' 피해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큰 문제는 쌀 농사, 농업의 위기는 농업관련 경제 단체는 물론 농업에 기초한 우리지역 경제 자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부량농협 김성모 조합장도 "농촌경제가 어려워지면 협동조합도 어려워지게 되며, 당장 농민들은 부채를 갚는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조합장은 "농민소득이 없는, 농민 없는 농협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쌀 문제가 농협의 기로"라고 말했다.
최근 30여가마를 수확했다는 한 농민은 "쌀을 팔려고 해도 사가는 곳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 같이 쌀값 하락과 관련해 정부에서 발표한 쌀 증산 포기 정책은 농민들 사이에서 농업 포기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오는 2004년 예정돼 있는 중국의 WTO 가입은 국내 쌀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동북 3성 성정부에서는 95년 이후 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제에 해당하는 녹색식품제(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 인증제)를 도입해 친환경 유기쌀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녹색식품 쌀의 중국내 현지 소비자 가격은 80㎏ 한 가마에 3만5000원 수준에 불과해 우리나라가 불가피하게 관세화를 수용하더라도 국내 일반쌀 가격보다 크게 낮은 80㎏ 한 가마당 10만원~12만원 수준에 수입될 전망이어서 중국산 쌀 수입은 국내 쌀 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미국 등 대규모 재배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가에서 들여오는 쌀들과의 경쟁에서도 국내산 쌀의 시장 선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쌀 농사 포기로 인한 농업 위기는 여기에 농지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소득가치의 하락과 농사에 의한 환경보전, 자연재해예방 기능 저하 등 측정 가능치 이상의 피해와 악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쌀 소득 감소에 따른 대체 작목 재배방안도 쉽지 않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김제농민회와 (사)한국농업경영인 김제시연합회는 정부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성명서를 발표 "정부정책은 쌀 시장 개방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생산비 보장과 가격지지정책을 축소하는 등 쌀 농사 포기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대북지원과 생산비 보장 등 쌀 문제 해결의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쌀 문제만큼은 보다 장기적이고 나라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는 식량정책이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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