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4500만명이 1원씩만 내게 적선한셈치고 준다면 4500만원을 가질 수 있는데... 10원씩만, 그러면 4억5000만원이고..."
인터넷에는 실제로 그런 메일이 무차별 온다. "당신이 내게 6000원만 보낸다면 나는 8억을 벌 수 있고, 당신도 같은 방법으로 8억을 모을 수 있다."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허무맹랑한 부자되기 게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신유통개념이라는 다단계유통, 네트워크 마켓팅이라 불리는 유통의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내가 물품을 구매하고 하부조직을 만들면 하부조직에서 물품구매액의 일부가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개념이다. 이처럼 꾸준히 인적 연결고리를 확대하면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처음 회원을 확보한 사람은 자기 아래로 연결된 사람을 관리하면서 그들 판매액의 일정부분을 수익으로 챙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크고 작은 다단계업체가 150여곳 활동하고 있다. 거의 모든 상품들이 다단계로 팔리고 있다.
다단계는 영어로 M.L.M.(Multi Level Marketing)이라 한다. 예전의 부정적인 이미지의 '피라미드'과 구별되는 합법적이고 소비자를 위한 마켓팅이라는 것이다.
다단계마켓팅은 "상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가 그 상품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스스로의 의사로 판매원으로 전환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여 상품을 나누어 쓰게 되며, 이렇게 새로이 형성된 소비자가 다시 판매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됨으로써 상품의 판매범위가 점차로 넓어지는 '무한연쇄 소개판매'의 한 형태로, 직접판매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방문판매, 통신판매, 회원제 판매방식 등이 결합된 신유통기법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김준녕 저 <다단계 마케팅> )
그러나 지난 90년대 초부터 고개들기 시작한 다단계판매는 대량실업시대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악용하여 취업사기형태로 윤곽을 드러내는 일명 피라미드, 즉 불법다단계판매로 이루어져 선량한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다단계판매 피해상담 건수는 지난달 23일 현재 2799건으로 지난해 1년간의 상담건수인 1510건을 이미 넘어섰다. 경찰은“올 상반기까지 다단계 판매로 인한 피해자는 270여만명, 피해액은 무려 1조9천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자영업자인 최아무개씨(44)는 지난해 단말기와 전화카드를 사용해서 30% 전화료를 할인 받을 수 있고 하위회원을 두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다단계업체에 가입비 19만8000원을 납입했으나 단말기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그 후 폐업신고를 마치고 행방을 감추었다 한다.
주부 박아무개씨(36)는 얼마전 동네아줌마의 끈질긴 권유에 25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일본제 기능성(?)속옷 한벌을 구했다. 이 일본제의 속옷 한벌에 250만원이라는 데 놀랐지만 몸매를 아름답게 해주고 고질적인 여성병에 효과가 있고 특히, 5명만 같은 방법으로 하부조직을 만들면 옷값은 물론 계속 수당이 들어온다는 말해 솔깃해져 남편 몰래 구입하고 말았다. 그러나 말주변이 없는 박씨는 한사람에게도 권유하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포기해야만했다.
어떤 유명 다단계회사는 시중에서 1000원이면 사는 치약을 5000원에 팔면서 "어차피 필요한 것 사면서 수당을 받는다"는 함정에 빠뜨린다.
이처럼 다단계의 사업은 <생산자→직접판매원→소비자>단계의 판매로 유통마진을 줄여 소비자에게 값싸게 공급함과 동시에 중간마진을 판매원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터무니없는 고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피라미드방식과의 차이에서 다단계방식은 ▲가입시키는 행위만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반품이나 환불규정이 명확하고 ▲제품을 강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 활동을 해본 많은 경험자들은 피라미드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단계는 다국적기업인 <한국 암웨이>가 있고, 종합유통을 하는
97년도 통산 산업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원 가운데 월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의 비율은 0.007%. 다시 말해 10만명 중 7명 수준이며, 10만원 이하의 수익을 받는 사람이 전체 다단계 인구의 97%를 차지한다.
이처럼 복권에 당첨될 확률만큼의 성공률이 적은 다단계사업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경제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계층이 많다는 점이다. 일약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집단교육을 통해 '세뇌교육'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지나친 자신감을 심어준다. 수당이 입금된 통장을 보여주면서 현혹한다고 한다.
결국엔 자기 주변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면서 인간적으로도 소원해지면서 빚만 늘었다는 사례가 많다.
다단계, 혹은 네트워크 마켓팅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가진 것 없는 서민만 피해를 보는데도 정부의 대책은 미진하다. 정부는 대책마련에 힘을 써야한다.
※다단계에 대해서 정확히 알기 위한 사이트 소개
안티 암웨이 www.antimlm.net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 www.antipyramid.org
김익현 desk@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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