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보급 등 영향 '김장특수' 사라져

가격 지난해보다 30~50% 떨어지고 판로도 막혀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았으나 무·배추를 비롯해 채소류와 생강, 마늘, 말린 고추 등 양념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0~50%가량 하락하고 있어 지역 농민들이 시름에 빠졌다.


예년 같으면 김장철을 맞아 김장용 채소와 양념류 값이 호조세를 보일 때지만 김치냉장고가 도시는 물론 농촌지역까지 확산, 김장철이 없어지면서 채소류와 양념류의 계절적 소비가 급감하는 바람에 가격마저 급락하고 있다.


김제 청하에서 가을배추 5천여 평을 재배해 해마다 6천여 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던 박아무개(45·청하면 월현리)씨는 지난해부터 김치냉장고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올해 배추농사를 완전히 망쳤다.


박씨는 지난 9월에 파종한 배추가 최상품으로 자랐으나 김장철 성수기가 없어지는 바람에 배추값이 하락하자 밭떼기 중간상인들의 발길마저 끊기는 등 판로가 막혀 배추밭을 갈아엎어야 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배추가격은 5t트럭 한대 분이 80만~100만원에 불과, 지난해 180만원에 비해 무려 80만~100만원이나 떨어졌으나 이를 사려는 상인들이 나타나지 않아 지역의 무·배추는 이 달 중으로 팔지 못하면 폐기 처분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


또 김장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마늘의 경우 1접당 6천800원으로 전년 동기(8천400원)의 70%선에 머물고 말린 고추도 중국산 고추가 농촌시장까지 잠식하면서 1근당(600g) 4천8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 생강·양파 값도 10~20%가량 떨어졌다.


농민들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땅을 놀리지도 못하고 봄이면 비싼 씨앗을 구입, 파종하고 있으나 쌀에 이어 채소 값마저 폭락해 무엇하나 마음놓고 농사를 지을 만한 작목이 없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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