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값 천정부지·대출이자 눈덩이


"정부의 농가부채 탕감은 공수표가 될 판이고 각종 보조금은 없어지는데 농약 등 농자재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농사짓는 일이 어렵게 됐습니다"


청하면 동지산리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김 아무개(54)씨는 정부의 장미 빛 농업진흥정책들이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공공요금과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는데 추곡수매가는 기껏 4%밖에 오르지 않아 예년처럼 논농사로 네 식구의 가계를 꾸려 가려면 또 빚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동안 쌀 전업농가에 트랙터나 콤바인 등 농기계를 구입할 때 지원하던 보조금 마저 없어지고 농약과 농자재 가격은 자꾸 올라 농민들이 내년 농사를 준비하려면 또 대출을 내야 할 판이다.


김씨 가족은 농한기에는 아내와 함께 막노동 일도 나가지만 저축은커녕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교육비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농협 대출의 이자는 눈덩이처럼 늘어 권씨의 목을 죄고 있다.

김씨는 "정부는 IMF 터널을 통과해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지만 농민들은 생산비마저 건지기 힘들다"며 "차라리 논을 팔아 은행에 저금해 놓고 이자를 받아 사는 것이 농사짓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유류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기름진 농토를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농민의 현실"이라며 "하루에도 수십 번 떠나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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