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골제개발을 위해 성금을 기탁한 지역유지 및 출향인사들의 뜻을 기리는 성금탑 제막식이 곽인희 시장, 이재희 시의회의장, 벽골제 개발위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7일 11시 벽골탑 앞 광장에서 있었다.
지난 1990년 김제군 당시 벽골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지역유지들과 출향인사들이 벽천 나상목 화백을 위원장으로 벽골제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성금 모금운동을 시작해 378명으로부터 1억300만원을 모금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금의 벽골제 부지 1만여평을 매입해 수리민속유물전시관, 단야루, 단야각 등 부설 건물을 건축하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성금 기증자의 고마운 뜻을 기리기 위해 취지문을 적은 기념비가 개발당시 세워졌으나, 기증자가 많은데 비해 기념비가 너무 작아 기증자의 이름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성금을 많이 낸 기증자가 아래로 적히는 등 위상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성금 모금 당시 비를 크게 세우기로 했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에 따라 벽골제개발위원회(위원장 김병학)는 지난 10월 23일 회의를 갖고 '성금기증자의 위상제고 및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명분 아래 기념비 교체를 의결했으나. 20여일 후인 11월 16일 다시 소위원회를 열어 기존의 기념탑을 존치시키고 추가로 별도의 성금탑을 건립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지난 12월 13일 성금탑의 문안을 확정하고 제작을 시작, 14일만인 이날 제막식을 가졌다.
기단을 포함한 성금탑의 높이는 3.3m, 넓이는 3m로 탑의 소재는 오석(烏石)을 사용했으며, 1700여만원의 사업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진다.
성금탑의 전면에는 성금탑 의결문안이, 뒷면에는 성금기증 액수와 그에 따른 378명의 명단이 새겨졌다.
간단한 제막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성금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떠나고 지역 유지들의 훌륭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성금탑 앞에서 기증자들의 참뜻이 오히려 퇴색하는 듯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건 왜일까?
진정으로 벽골제의 개발과 발전을 위한다면 자신들의 업적을 기리기보다는 벽골제를 안내하는 안내판제작이나, 방문객의 편익을 위한 사업, 또는 벽골제 복원사업 등에 투자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기존의 기념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위상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대한 자연석을 파내다 자신들의 이름을 세겨 입구에 세워야만 했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다시 성금탑 전면에 세겨진 글을 읽어봤다.
거기에는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게을리 할 수 없는 우리들의 참되고 아름다운 지고지명의 도리입니다....중략....벽골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는 개발위원들의 노고와 성금자들의 명단을 새겨 후세에 길이 남기고저 회심의 웃음을 머금으며 성금탑을 건립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들이 탑에 세긴 문구처럼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참되고 아름다운 지고지명의 도리'란 과연 무엇일까?
벽골제개발위원회는 '회심의 웃음을 머금으며' 성금탑을 건립했을지라도, 기자는 '쓴 웃음을 삼키며' 발길을 돌렸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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