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무협과 코미디가 판을 치는 홍콩 영화, 헐리우드의 거대자본이 투입된 액션 영화나 환타지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운과 아쉬움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 등을 섬세하게 그리고 가슴아프게 선사한다.
사랑은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얼굴을. 삶이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는 극단적인 순수에 젖어보는 것도 하나의 치료 책이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영화는 스토리, 화면, 심리묘사, 음악 그리고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시대적 배경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영화다. 참으로 우리정서에 부합하는 멜로드라마이고 대만 최고의 가수 '등려군'의 음악을 삽입하여 그 정취를 더한다. 부부가 함께, 연인과 함께 본다면 더욱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중국을 떠나 홍콩으로 온 소군(여명)은 고향에 두고 온 약혼녀 소정과 결혼하는 것이 꿈이며 광주에서 온 이요(장만옥)는 한몫 잡아 잘 살아보고 싶은 당찬 아가씨이다.
닭집과 햄버거가게에 취직한 이들은 직장생활에 전념한다. 햄버거가게에서 이요를 만난 소군은 그녀의 소개로 영어학원을 다니고 음반장사도 돕는다. 그러나 장사는 완전히 망하고 그날 둘의 관계는 우정에서 애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애인과 이요사이에서 고민하던 소군은 결국 애인을 택하게 되고, 이후 둘은 3년뒤에 소군의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난다. 이요는 암흑가 보스 표형의 정부가 되었으며 소군은 이혼 뒤 안정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두사람은 각자의 꿈을 이룬 후에야 서로에 대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요는 표형과 헤어지지 못한다.
1933년 뉴욕, 소군은 중국식당에서 일한다. 표형과 이요도 떠돌던 생활을 청산하고 이 곳에 정착하고자 하나 표형은 거리의 부랑아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이요는 불법체류자로 몰려 강제 출국 당하게 된다. 강제 이송되던 이요는 소군을 발견하고 쫓아가지만 놓치고 만다.
1995년 5월, 관광 안내인이 된 이요는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차이나타운의 한 전파상 TV 앞에서 운명에 이끌린 듯 소군과 재회한다.
지금, 내게 다가온 사랑의 운명, 첨밀밀!!
영화 <첨밀밀>은 이세상의 모든 연인들에게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느끼게 할뿐만 아니라 지금 내게 다가온 사랑이 바로 운명이 아닐까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거듭되는 만남과 헤어짐의 안타까움, 잊혀짐의 서러움,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들이. 약하고 때로는 순박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소군이 답답해 보였지만 인연에 대해 새삼 깊이 있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첨밀밀>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멜로영화지만 그 사랑 뒤에는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사회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스며들어있다. 지나친 감상주의가 드러나 있기도 하지만 홍콩멜러영화의 지나친 감정과잉에 비하면 절제가 돋보인다. 사랑하지만 헤어져야하는 주인공의 심리연기가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이 영화는,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작품으로 손꼽고 싶다.
<포토갤러리>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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