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7차에 걸쳐 촛불문화제를 준비한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근혜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김제시민들의 함성을 한데 모아 우리시에 새로운 시위문화를 정착시킨 자랑스러운 이들이 있다.  우리시에는 각기 목적을 달리하는 수많은 단체들이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활동하고 있다. 단체들 중에는 친목, 봉사, 이익, 종교, 취미, 혈연, 학연, 동갑, 직업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공익을 위한 단체들의 경우에는 행정이나 기업 또는 재력가의 지원이 아니면 유지가 어려운게 우리지역의 현실이었다.
 

  그간 시민운동을 표방하며 나선 단체들도 종종 있었지만, 이 역시도 출범 당시 구호만 요란할 뿐, 목적을 상실한 채 얼마가지 않아 흐지부지 사라지기 일쑤였다.  많은 단체들이 "어떻게하면 시의 보조금을 받아낼까"하고 연구하거나, 시의 보조금을 잘 받아내는 회장이 능력인물로 평가되는 구태가 반복되기도 했다.

 그간 우리시에서는 박근혜 퇴진 또는 한반도 사드배치 등을 반대하는 시위가 1인시위에 그치거나 소규모 행사로 진행되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시위가 진화되기 시작했다. 몇몇 지인들이 참여하던 단순시위를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가 참여하는가하면, 학생들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먹거리가 제공되며 흥이 있는 문화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민원도 많이 발생하고, 경험부족에 따른 실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이 오히려 회를 거듭하면서 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결속시켰다.  김제시민 1차 촛불문화제는 지난해 11월 18일 저녁 비가 내리는 가운데 홈플러스사거리에서 진행됐고, 2차 촛불문화제부터는 터미널로타리에서 진행했다.

  2차 촛불문화제까지는 뚜렸한 주체가 없어 3차 촛불문화제를 위해 각 단체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유도했고, 참여자가 많을 것을 고려해 회의장소도 신협 회의실로 잡았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의외로 각 단체에서 촛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회의 참석자는 15명 남짓이었다.

  자칫 2차를 끝으로 김제에서는 촛불이 꺼질 수 있는 위기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야하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김제시민의 자존감회복을 위해 단체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함께 나서기로 했으며, 현장에서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때 걷힌 46만원의 종잣돈을 기반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 작게나마 3차촛불을 켜기로하고, 수시로 모임을 가지면서 행사준비와 재능기부공연자를 섭외하는 등 추진위원들의 열의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뜻을 같이 할 시민들을 모으고 이들의 진심이 전해지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장인부터 평범한 가정주부까지 동참자가 늘어났다.

  이들의 진심이 통했는지, 3차 촛불문화제는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장에서 동참한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며 추진위원들을 격려했다.  촛불문화제가 3주 간격으로 4차와 5차로 이어지면서 추진위원들의 보람은 더욱 커졌고, 지난 4일 6차 촛불문화제는 모처럼 터미널로타리를 시민들로 가득 채우며 자발적인 김제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6차에 이어 불과 6일만에 헌재의 탄핵선고 일자가 잡히자 추진위원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탄핵이 인용될지, 기각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발표당일 저녁 촛불문화제의 방향을 두가지로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2가지의 시나리오를 쓰고, 홍보를 위한 방송차량도 준비해야 했으며, 행사장 현수막도 급하게 제작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아마추어리즘으로 시작한 이들에게 그간 6차에 걸친 노하우가 어느새 이들을 프로로 만들어 놓았다.

  지난 10일 탄핵이 인용되자, 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촛불을 준비할 수 있었다.  김제촛불문화제추진위원들은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 솔선수범했다. 어떤 이는 자신이 농사지은 고무마를 몽땅 내놓아 군고구마를 대접했으며, 어떤 이는 시민들을 좀 더 따뜻하게 해 드리고자 대형 모닥불 화로를 만들고 매번 장작을 내놓았다.

  따뜻한 어묵국물과 생강차를 나누기 위해 정성껏 육수를 다렸고, 자녀들과 밤새 어묵꽂이 수백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자신의 차량에 파이프를 용접해 스크린을 설치하는가 하면, 생업을 뒤로한채 행사장에 음향과 무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자신이 내놓을 건 노동력 뿐"이라며 행사 시작과 이후에 행사준비 및 정리를 도왔다.

  인근 점포들도 소음과 주차곤란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들의 정성에 감복해 기꺼이 전기를 내어주고 화장실을 개방했으며, 함께 어울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촛불추진위원들은 모두가 추진위원장이고 모두가 집행위원장이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행사장은 한시간도 안되어 '마치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쓰레기하는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암울했던 지난겨울이 훈훈할 수 있었다.

  박근혜퇴진을 위해 함께했던 이들은 다음달 16일 오후 6시 터미널로타리에서 세월호 3주기 추모 촛불문화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지역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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