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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러면 그렇지, 그럴줄 알았다"

 

남성훈 취재부장nam3055@naver.com

기자는 지난 주말을 망쳤다.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인 꿀 맛 같은 주말을 휴대폰으로 전송된 별정직 인사관련 파일 하나에 편안해야 할 시간들이 무너졌다.

  당장이라도 시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래, 나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매너있는 문명인이야, 상대방은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텐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주말 내내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을 억지로 삼키느라 곤혹을 치뤘다.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평소 마음 같았으면 일요일 저녁 정한수를 떠 놓고 막바지에 다다른 주말이 더디게 흘러가라고 치성을 들였을 텐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아침을 재촉하는 햇살을 맞으며 서둘러 시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 머리속을 맴도는 질문은 단 두가지, 지난 21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별정직 직원 2명에 관한 프로필과 앞으로 이들이 조례를 개정하면서 까지 우리시를 위해 맡게 될 업무는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허무함을 넘어서 겨우 이런일에 기자의 소중한 주말을 맞바꿨다는게 분통이 터졌다. 박 시장의 의중을 기자가 100%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아니, 제발 바라건데 이해 못하는 것이면 좋겠다.

  어쩌면 뻔히 예상되는 인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러면 그렇지, 그럴줄 알았다'가 딱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처음 박 시장이 별정직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기대반 우려반 심정으로 지켜봤다. 진심으로 행정전문가를 별정직으로 채용해 우리시의 적폐청산과 경제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기를 바랬지만 이는 철저히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사회초년생이 별정직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하나 둘씩 양파껍질 벗겨지듯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마다 김제시민인게 부끄러울 정도로 박 시장에 대한 기다감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6월 뜨거운 뙤약볕 아래 유세차량에서 목놓아 정의와 청렴을 강조하던 박 시장과 그 옆에서 울먹이며 한번만 박시장을 믿어 달라는 최측근의 진정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건식 전 시장의 비위로 청렴과 정의에 목말라 있던 김제시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거전략이었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기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시민들은 바보같다. 마치 잔잔한 호수와 같아서 작은 돌맹이에 일어난 큰 파동을 미련하게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박 시장에게는 이건식 전 시장의 잘못된 부분이 선거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돌맹이 하나를 던졌는지는 몰라도 순진한 시민들에게는 매우 큰 혼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건식 전 시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박 시장에게 "꼭 그래야만 했느냐"고 있는 힘 껏 강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미리 밝히겠다. 기자는 나이에 대한 편견을 최대한 지양한다고 자부한다.

  시가 지난 21일 12명에 대한 소폭적인 인사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그 중에는 얼마전 민의를 대변한다고 스스로 칭하고 있는 시의회 마저도 기습적으로 통과시켜준 별정직 공무원 2명에 대한 인사발령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시의회에 대한 불만이 산더미 같지만 지면의 한계상 기자의 넋두리가 길어져 미쳐 밝히지 못한 점 양해를 구한다.

  지방별정직7급상당 김모씨·지방별정직8급상당 한모씨가 이번 사건의 영광스러운 주인공으로서 김씨의 경우 얼마전 임종백 비서실장의 선거법 위반혐의 공동피고인으로 1심 법원에서 1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 기자는 임종백 비서실장의 재판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공동피고인 김모씨에 대한 언급을 꾸준히 한 바 있다. 사실 이때 까지만 해도 아무리 시민들이 소리를 높여도 인사를 단행할 것 이라는 박 시장의 성품을 예상했기에 애써 김씨가 행정전문가이기를 소망했다.

  김씨와 한씨 모두 지난 2015년 대학을 졸업한 31세, 29세의 사회초년생들이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기자는 나이에 대한 편견을 최대한 지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행정운영에 대한 천재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보는게 상식일 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보직은 시장 비서실 근무다. 행정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직위가 아닌 시장을 보필하는 업무가 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업무적 사명이다.

  이쯤되면 '보은인사'라 해석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이건식 전 시장 임기 중에도 청원경찰과 무기계약직을 비롯해 수 많은 '보은인사'가 단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박시장의 '보은인사'에 더욱 강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차라리 말이라도 말지 '청렴', '정의'를 유별나게 강조했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 아닐까?

  박 시장이 영전한 지 반년이 흘렀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농기계임대사업소를 비롯해 각종 건물짓기 놀이만 계속하려고 드는가 하면 인사정의7.0을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 주요보직 인사이동을 단행, 수십년을 기다려온 새만금에 전북도와 정부 눈치를 보며 난데없이 태양광발전시설로 도배를 하겠다는 소리를 하지를 않나...

  박 시장은 예전 전북도 소속 공무원이 아니다. 8만 김제시민의 수장이다. 당신을 바라보는 식솔이 1~2천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8만명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설이 있듯이 박 시장도 그게 걸맞는 그릇을 새롭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별정직 인사가 단행됐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낙담보다는 무엇인가 중요한 쓰임세가 있으니 그랬을 것이라 스스로 마음을 추스리며 각오를 새롭게 다잡아 본다. "박 시장은 박 시장의 일을 하십시오, 기자는 기자의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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