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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에 들다 - 소선녀 몽골여행기3. 구름
사진 김영

  비얀작에서,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붉은 황토 퇴적층에 노을이 물드는, 불타는 절벽을 보려고 이곳에 왔거든요. 하지만 갑작스런 모래폭풍이 몰려와, 보기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런데도 다행히 바람이 잠시 잦아들었어요. 온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사이로 붉은 태양빛이 쏟아져 내리는데, 그 장엄한 광경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천지가 열리는 듯한 감격이 다 안아지지 않아서, 가슴이 뻐근하데요.

  몽골에서는 구름이 말을 걸어왔어요. 멀리서 쌩끗 웃어주기도 하고요. 바로 옆에서 계속 따라오는데, 못 본 척 할까봐 벌판에 커다란 그림자를 그려요. 초원의 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었는데,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고 그런데요. 그러다가, 구름이 와서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면, 자유롭게 흩어져 뛰놀고요.

  햇빛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직사광선을 계속 받으면 견딜 수 없게 되지요.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에 만나는 그늘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에요. 달궈진 몸과 마음을 식혀주지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지날 때 만난 구름기둥은 얼마나 큰 은혜였을까요. 아버지가 자식들의 그늘이 되어 주는 것처럼 요.

  아버지는, 말씀하셨대요. 될 수 있으면 딸의 몸에 칼 대지 말라고요. 교통사고로 장 파열과 뇌부종, 골절 상태에서 의식조차 없어,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지요. 아버지는 트라우마가 있으셨던 거예요. 정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수술 후에 못 깨어나고 돌아가셨거든요.

  당신도 척추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수술은 피해보려 하셨어요. 여러 가지 치료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은 절박해져서 잡은 수술날짜가, 그만 몽골여행 기간과 겹치고 말았지요.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어요. 몸이 불편한 엄마를 아버지께서 돌보고 계신데, 수술하고 입원하시면, 어떻게 하나, 이래저래 마음에 걸렸어요.

  여행 내내, 기도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수술하시는 날 아침, 차강소브럭의 지평선에 해가 동그랗게 올라왔는데, 그 안에 구름이 걸쳐있는 거예요. 그 모양이 꼭, 아버지가 침대에서 일어나 서있는 모습으로 보였어요. 이상하게도 평온한 마음이 되더군요. 아버지는 좋아지시겠구나.

  수술 후 한 달여 지나 거동이 가능해지자, 아버지는 요양시설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셨어요. 그리고 곧바로 저를 찾아오셨더라고요. 뜨거운 한낮이라서 얼른 시원한 물을 드렸는데, 아버지는 목이 메어서 삼키지 못하셨어요.

  "네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안 되겠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낙심한 모습이 너무나 가여워. 엄마를 빨리 그곳에서 나오게 하자, 내 옆에서 재우고, 밥도 떠먹이고 옛날이야기도 하고 그래야겠다." 아직 회복기라서 무리하시면 안 되는데,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살피지 않으시네요.

  구름이 자기 몸을 부셔서 비를 내리는 것처럼 요. 하늘에 떠 있다가 목마른 땅을 보고, 시원하게 적셔주잖아요. 온 땅이 춤을 추게 해요. 척박한 사막지대인 이곳에선 비가 오는 날이 길일이라네요.

  그런데요, 비를 내린 구름은 밭아버려서 그늘도 만들 수 없는데, 하늘에 떠있는 저 몽실한 구름이 다 아버지 같아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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