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지역에서 단체장 1명, 도의원 2명, 시의원 19명, 총 22명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쓰는 선거법에서 인정하는 '돈'은 얼마나 되고, 그외에 은밀하게 쓰여지는 돈은 얼마나 될까? 법정한도외의 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리라고 본다. 그 돈은 가히 산출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난 선거 때를 감안하여 산출해보면 어렴풋이 산출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때 왜 돈이드는 것일까. 한 후보자는 "선거는 조직이다"라고 말한다.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책과 비전제시로 표를 얻을 수는 없을까. 돈이 들어 당선된 인물들은 재임기간 이 '돈'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어렵다.
돈안드는 선거,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민주사회, 선진사회라 한다면 추구해야할 과제다. <편집자>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쓸 수 있는 한도액의 공표는 5월18일 김제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고한다. 그러나 지난 98년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추정한다면 김제시장 후보의 경우 법정한도가 1억4800만원, 도의원 후보의 경우 제1선거구가 5980만원이었고 제2선거구가 6010만원, 시의원의 경우 읍면동마다 다르다. 만경읍이 1890만원, 부량면이 1880만원, 백구면이 1900만원, 요촌동이 1930만원, 신풍동이 1940만원 등 평균 1900만원 선이다.
그러나 이외에 공식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또 있다. 시장후보의 경우 1000만원 등 공탁금을 비롯해 사무실 설치 및 운영비, 자동차 운영비, 전화, 전기, 수도료, 기타 후보등록 전에 사용한 준비비는 공식 선거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비용이 보통 공식비용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이 정도로 선거비용이 든다고 믿는 유권자나 후보자는 없다. 물론 지난 선거를 보면 법정선거비용도 채 쓰지 않은 후보도 있었다. 면지역에서 아무개 후보는 200만으로 선거를 치르고도 당선되었다. 그 후보는 그후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돈 안 쓰는 후보나 특별히 많이 쓰는 후보를 제외하고 보통 후보들의 비용을 추정해 보자.
시장후보-조직가동비만 최소 3억원 추정
현행법상 시장후보는 선거사무장에게 1일 수당 5만원과 일비와 식비 2만5000원, 숙박비 2만원 등 9만5000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선거사무원은 읍면동수의 3배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19개 읍면동 57명에게 하루 수당 3만원을 포함해 7만5000원을 줄 수 있다. 이대로 준다면 17일동안 운동하게됨으로 시장 후보는 7429만원의 인건비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각 진영은 이렇게 운동하지 않는다. 사무장과 사무실 여직원 1명정도는 규정대로 두지만 운동원은 김제시의 718개 마을별로 최소한 1명씩 조직원을 두고 운동을 한다. 그 경우 최소 718명의 조직이 가동된다. 조직력이 있는 후보자는 마을별로 남자 지도자, 부녀자 등 3명씩 두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직을 운영하면서 얼마의 가동비를 쓰는가가 선거비용의 크기를 결정한다. 운영비를 적게 쓰는 경우 선거기간동안 10만원씩 두번 지급하고 마지막에 20만원씩 준다는 것이다. 즉, 1인당 40만원씩이다. 마을별로 1명의 운동원을 가정해도 2억8720만원이 된다.
그러나 운동원들에게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람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부탁하려면 다방 차값, 점심값이 들어가는데 한달 혹은 두달동안 이 돈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마을당 3명의 조직원을 갖고 있는 후보는 마을당 100만원은 들어가야 제대로 움직인다는 것이 많은 후보자들의 이야기다. 그렇게 계산하면 김제시 전체 718개 마을의 조직원에게 지급하는 가동비가 7억1800만원이 필요하다.
선거운동은 그밖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선 기탁금 1000만원이 있다. 홍보물 인쇄도 칼라로 제대로 하려면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사무실 임대료가 300만원(3개월 사용료), 자동차는 3대를 50만원에 임대할 경우 150만원이 되며 기름값을 대당 100만원, 후보자 자동차 운전사 인건비 월100만원을 합하면 550만원이 든다. 대부분 전화홍보반을 운영하는데 일반전화 10대를 가동할 경우 1인당 50만원의 인건비를 준다고 보면 전화요금을 포함해 700만원 이상이다.
이 밖에 많이 드는 비용으로 음료수가 있다. 많은 운동원들이 들고 다니는 박카스를 300박스를 사용할 경우 1천만원이 필요하다.
위에 열거한 돈은 선거운동기간에 필요한 금액이다. 시장 후보자들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적게 쓴 사람이 1억원정도의 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공식 선거기간 까지 36일이 남았는데 최소한 2천만원은 더 쓴다고 봐야 한다.
이 비용들을 모두 합치면 마을당 40만원의 조직 가동비를 쓸 경우 4억720만원이며 마을당 100만원씩의 운동비를 쓸 경우 8억3800만원이 된다. 유세장에 차량을 대절해 일당을 주고 사람을 동원할 경우 상당히 많은 돈이 추가로 든다. 이같은 방법으로 추정해본다면 후보자 1인당 10억원이상이 든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에게 현금 봉투를 돌릴 경우는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지지난주 <주간조선>의 심층보도에 의하면 실제로 인천의 한 구청장 후보가 올해 선거에서 10억원을 상한선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 잡지는 도지사의 경우 55억원, 구청장 출마자는 7억원, 시장·군수 후보자들은 최소 5억원 이상은 써야 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김제지역 정가의 관측도 이런 계산에 동의하는 추세다.
김제의 시장후보자들은 이같은 계산에 대해 "맞는 계산이긴 한데 나는 그렇게 쓸 돈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말하며 펄쩍 뛴다. 그러나 본격적인 운동에 돌입하면 몰려드는 선거브로커들, 운동원들의 아우성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 선거로 떠밀려간다는 것이 선거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시의원선거-요즘 하루 20만원도 부족
시의원은 사무장 1명과 여직원 1명 인건비가 시장과 같으며 1개월만 계산하면 270만원이다. 시의원은 법으로는 5명의 유급 사무원을 둘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마을별로 3명 내지 4명씩 조직해 놓아 면지역에도 100명이 넘는 조직을 운영한다. 돈을 적게 쓰는 후보가 10만원씩 활동비를 지급한다는데 100명만 계산해도 1000만원이다. 사무실 임대료 100만원, 자동차 운영비 200만원, 전화비 100만원, 박카스 100박스 300만원, 유인물 인쇄비 400만원, 경조비 100만원, 후보자 활동비가 하루에 20만원씩 월 600만원, 그리고 공탁금 200만원 등이다. 이를 합치면 3270만원이 된다.
이 금액도 선거운동기간에 쓰는 액수다. 시의원 출마자들 역시 돈을 쓰기 시작한지 오래다. 모 시의원 출마자는 요즘 하루에 20만원씩 넣고 나가는데 저녁이면 부족한 날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시의원 출마자는 최소 5000만원은 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 각 읍면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중 1억원을 넘게 살포한 사람들이 많으며 2억원을 쓴 후보도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조합장과 같은 선거구란 점을 감안하면 시의원후보 역시 1억원 이상을 쓸 후보가 많다는 여론이다.
이상과 같이 계산해 볼 때 김제에서 시장 4명이 출마할 경우 유력후보 2명이 20억원, 다른 2명이 6억원, 도의원 4명이 출마하여 3억원씩 쓸 경우 12억원, 시의원 50명이 출마하여(지난 선거에 46명 출마) 5천만원을 쓰면 25억원이다. 모두 합하면 63억원이 된다. 여기다 도지사 선거비를 합하면 70억원 이상이 6월 선거에서 김제지역에 쏟아져 나온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추정이 사실로 된다면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선거철을 맞아 논밭에 나가 일하기보다 일당을 받고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사람이 많아 벌써부터 농촌 인력난이 심각하다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돈이 판치는 선거 현실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후원회구성도 못해 수입원 없어
선거에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합법적 정치자금 수입은 사실상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과 각 정당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후원회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친지나 사업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현행법으로는 이것도 불법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는 정당의 지원도 거의 없다. 오히려 정당 공천을 받으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정당 조직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조직도 마찬가지다. 시내 모 후보자는 "몇십개 개인조직을 구성한지 오래됐지만 조직가동비를 쓰지 않았더니 죽은 조직"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선거자금을 전쟁에 나가 쓰는 '실탄'이라고 말하며 운동기간 내내 돈타령이다. 낙선한 사람은 예외 없이 돈 때문에 졌다고 말한다.
아주대 김영래 교수는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정치인은 미국의 15배, 일본보다 5배이상 많은 정치자금을 쓴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점점 후보자들의 유세현장에 나가지 않는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찾아다녀야 하는데 바쁜 일터에 일일이 찾아다닌다는 게 쉽지 않다. 가정으로 찾아다니려하지만 아파트 가정이 많다. 아파트 벨을 누르면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대화가 차단된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돈 봉투가 연결된다. 후보자들의 한결같은 한탄은 "돈 보다 정확한 운동은 없다"는 것이다.
엄격한 법적용, 돈쓰는 후보 낙선시켜야
전문가들이 깨끗한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 내놓는 방안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돈을 많이 쓴 후보가 낙선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최대 목표는 당선이다. 돈 많이 쓴 후보가 당선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캠페인이나 감시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를 위한 두번째 방안은 엄한 법규 정비와 엄격한 법 적용이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돈 안쓰기로 모범적인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영국도 1백20여년전에는 돈 선거가 극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영국은 1883년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자 처음에 당선자의 절반이 돈 때문에 당선무효됐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은 선거에서 돈을 쓰다 적발될 경우 7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돼 사실상 평생 출마하기 어렵다고 한다.
3월30일 KBS TV 21세기위원회 토론자로 나온 이세중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불법으로 당선돼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으면 된다는 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벌금 한푼이라도 받으면 어김없이 당선 무효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하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돈 안쓰는 선거를 실현시키려면 돈 없는 사람도 출마할 수 있는 완전한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고 법규의 엄격한 적용, 돈 쓰는 후보가 낙선되는 풍토를 만드는 주민의 의식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는게 한결같은 여론이다.
김익현 desk@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검산동 예다음아파트 오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