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다른 경로로 입수한 보고서에는 전북도 감사 내용이 기록돼 있다.(좌) 하지만 시가 본지에 공개한 보고서에는 전북도 감사관실 내용이 삭제돼 있다.(우)

  "시 행정에 대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야 합니다" 정성주 시장이 당선 초기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시민과의 대화 중 했던 말이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가 전북도 감사에서 지적받은 사실과 다르게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모자라 법에 따라 정당하게 청구한 '정보공개' 자료를 담당공무원의 임의적 판단으로 삭제해 민원인에게 제공하면서 '김제시 행정 신뢰도 추락'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앞서 김제시는 지난해 정성주 시장의 선거공약 중 하나인 전 시민 200만원 일상회복지원금 지급이라는 공약에 맞춰 우선적으로 100만원씩 80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지급 당시 시의회와 시민들 사이에서 퍼플리즘 공약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성주 시장은 이를 강행했고, 그에 대한 후폭풍은 매우 강렬했다.

  일상회복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해 뻗은 줄은 수백m 이상 늘어졌으며, 현금카드를 수령하면서까지도 시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등 파격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동안 일상회복지원금은 우리시 최대의 이슈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우려가 곧 현실로 나타났다. 인근 지자체 대비 우리시에서 유통되는 식료품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로 제작해 나눠준 일상회복지원금을 지역농협이 앞장서 외부로 유출시는 '꼼수'로 인해 시민들은 좌절감을 맛봤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김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승일의원은 "일부 마트와 전자제품판매점, 주요소 등이 일상회복지원금의 상당수를 독점했다"고 지적하며, 추후 재발방지와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북도 감사관실에서는 일상회복지원금 역외 유출과 관련해 수억원의 자금이 관외로 빠져나갔다고 지적하면서 김제시에 '주의' 처분과 함께 협약 위반에 따른 제재방안 등을 강구해 달라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

  이후 시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아 분석한 '일상회복지원금 지원사업 결과보고서'를 지난 6월 제작했고, 본지는 이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시에 청구했다.

  이후 본지가 시로부터 전달받은 9쪽 분량의 일상회복지원금 지원사업 결과보고서는 보는이로 하여금 불편한 심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작성돼 있다.

  이 보고서에는 일상회복지원금 지급 및 사용현황을 비롯해 시민만족도와 사회·경제적 효과 등이 담겨졌다.

  가장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전북도 감사관실에서 지적한 수억원 규모의 일상회복지원금의 관외유출을 '일상회복지원금이 관외로 유출된 사례는 전무하다'며,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김제시가 정보공개 당시 이 부문을 담당 공무원 자의적 판단으로 삭제한 채 제공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견제와 감시의 역활을 하는 언론사 정보공개에도 이렇게 황당한 정보공개가 이뤄지는데 법에 따라 시민들이 김제시에 요청해 받은 정보들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 정보들이 공무원들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삭제된 부분은 없는지 알 길이 없다"는 황당한 심경을 밝혔다.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할 법적근거는 없다. 오롯이 공무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 앞으로도 담당 공무원이 처벌근거가 없다는 것을 면죄부로 악용해 민원인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김제시의 행정 신뢰도는 안 봐도 구렁텅이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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