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몸도 불편할 뿐 아니라 공황장애가 있어 제주도만 가더라도 큰 모험이다. 당연히 의원 국외연수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과학·통신기술이 발달해 휴대폰으로 전 세계의 모든 것을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소중한 혈세로 연수는 허울뿐이고 관광이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편견으로 핀잔을 늘어놓곤 했다.

  대만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갈 때부터 투덜거렸다. 4박 5일이 바람처럼 지나가길 바랐다. 그래도 오직 하나 "한국과 비슷한 대만의 잘 갖춰진 BF(배리어프리/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를 몸소 체험하고, 우리시에 필요한 부분들을 도입하거나 수정·개선하는 것"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출발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솔직히 압도당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인천공항의 규모도 처음 본 것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일사천리로 업무를 처리하는 서로 다른 피부색들의 항공사 직원들도 신기했다. 

  만 40세 청년이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휠체어를 탄 필자를 보고 직원이 따로 배정됐고, 비행기를 타고 내리고 대만 공항을 빠져나올 때까지 안내받았다. 장애인에 대한 시스템의 변화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아니면 너무 정체되어 있어,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대만의 역사나 문화·경제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서두에 밝혔듯 네이버 등 검색포털사이트에 더 자세하고 정확한 글들이 셀 수도 없이 포스팅 돼 있다.

  오히려 겨우 4박 5일 동안 단편적인 면만 보고 와서 객관적인 평가인 마냥 주관적 감정을 늘어놓는 것도 대만에 큰 실례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순전히 대만 연수에서 느낀 필자의 직관적인 경험들 위주로 작성하겠다.

  대만에서 관광지 성격은 한 군데를 가고, 대부분 기관을 방문했다.

  4박 5일간에 다녀온 곳을 나열하자면, ▲우리시의 전통시장 격인 디화제거리 ▲다문화센터 격인 국제 이주여성 센터 ▲타이베이 시의회·시청 ▲장애인행복복지센터 ▲청년거리 ▲지하철 체험 ▲타이베이 시립대학 ▲야시장 ▲대만 총통 선거 후보 선거 유세장 등이다.

  이번 연수의 키워드는 청년·여성·장애인·선거 및 정치인이었고, 이분들과 관련된 대만 기관들을 찾아다녔다. 물론 휠체어를 타고, 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했다.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BF가 잘 되어 있는 대만이라서가 아니라, 국외연수를 잘만 활용한다면 해외 어디를 가든 경험하며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치인 시각에서는 하나라도 담아가서 정책으로 도입하려 할 터이고, 제대로 된 정책 하나라도 가져온다면 세금 투자 대비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대만인은 중국말 하는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지내다 보니 알겠더라.

  대만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관대하다. 특히 타국인과 장애인, 노인들에게 더더욱.

  하지만 그 친절의 이면에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건 대만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알면 이해하기 쉬운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부분은 넘어가겠다.

  수십번 택시를 탔지만 단 한번도 승차 거부를 당하지 않았다. 모든 시설에 BF가 돼 있어서 휠체어 이동이 어디든지 가능했다.

  모든 시설에 휠체어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버튼들이나, 장애인 표지판이 붙어 있다. 버스도 저상버스, 전화기도 인포메이션도 낮은 장소, 오래된 길거리에도 급경사는 있을망정 턱은 최소화 한 게 보인다.

  대만의 모든 것들은 "우리는 언젠가 모두 나이를 먹을 것이고,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를 말하는 듯 했다.

  숙박비를 아끼려 외곽에 숙소를 잡다 보니 주로 현지 음식들을 현지인들 틈에 섞여 먹었다.

  그러다 보니 낡은 건물들이 많았는데 심지어 여기에도 계단이 최소화됐고, 50~60대 아주머니들이 70~80대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모시고 다니는 광경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시는 하다못해 1km도 휠체어로 인도를 다니기가 힘들다. 이건 우리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로 그렇다. 휠체어가 갈 수 없는 공간들이, 갈 수 있는 공간들보다 더 많다.

  그런데 대만에서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게 낡고 오래된 건물이 아니면, 어디든 가능하다. 마치 장애인들도 사회 구성원의 일부분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이다.

  한국도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그건 복지의 일부분이나 추가 예산 소요의 인식이 강하다. 대만에서는 애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조성된 기분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다음 편에 다룰 예정인데, 대만 연수를 하며 많은 정책들을 배워왔다. 그리고 그중에 몇 가지는 사소한 것이지만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유튜브나 네이버 등에서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장애인의원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경험을 한 후에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 정책들이 시행되고, 우리시와 시민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필자가 연수를 위해 소요한 혈세 경비는 전혀 아깝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필자 뿐 아니다. 시의원들의 시각이 넓어지고 그게 시민들에게 환원된다면, 연수는 장려할만 하다. 필자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양한 정책들을 고민하고 있으며, 도입할 예정이다.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해외 연수를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단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느냔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며 1편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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