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 각지의 농촌에서 두산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 이유는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의 농업 전면 개방 요구 발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한 그는 지난 3월 18일 전경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합동 세미나에 참석하여 "우리 경제를 망친 것은 중소기업 보호정책이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농업을 국민감정으로만 보호하고 있다."며 "농업의 급속한 개방에 따른 피해대책은 일시적인 보호조치여야 한다"고 말하며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다.

그는 이 세미나에서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경쟁력 없는 농업을 배려하다가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한국은 5∼10년 내에 3등 국가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장기적인 국가 정책적 관점에서 농업 부문을 과감히 포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등 줄곧 '농업포기 정책'을 주장해온 바 있다.

농민단체들은 재계의 대표격인 박회장의 발언이 농업 말살을 부추기는 망발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농업은 국가 안보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식량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으로 타산업과의 비교우위로 판단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농어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분석결과에 의하면 국내 논·밭의 가치는 무려 5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논·밭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경제적 효과 외에 홍수조절, 환경보전, 자원 확보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다.

이렇듯 농업은 농산물 생산을 통한 경제안정과 일자리 제공, 사회안정 효과가 있으며 대기정화기능, 수질정화기능, 토양보전 효과, 대기온도 조절 효과 등 환경보전의 기능, 전통 문화보호, 지역간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등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선진국에서도 자국의 농업을 지키고, 농민을 보호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무시한 채 농업이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인양 취급하며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400만 농민을 짓밟는 행위인 것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두산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벌임과 동시에 국내 최대 유통망 중의 하나인 농협중앙회 측에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방류사건으로 한차례 '불매운동'을 겪은 바 있다. 당시 3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재벌의 비도덕성과 반사회성을 극명하게 들어낸 것"이라고 규탄하였다. 이후 두산그룹의 장자였던 박용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의 동생인 박용성 회장이 그룹 총수가 되었는데 '불매운동'의 여파가 작용하였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박용성 회장의 '농업 포기' 발언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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