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화예술회관 신축부지가 도심권과 전혀 동떨어진 자동차번호판 제작소 부근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황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민선 3기 첫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 부지선정에 관여하신 위원들이 대부분 이 고장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실 텐데, 시내 중심가 상권마저 휴·폐업이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는 작금의 김제시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최소한 이런 결론은 내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김제시는 유감스럽게도 도시의 전형적인 쇠락형태을 밟아가고 있는 고장이다. 권역별로도 대단위 아파트촌이 밀집한 동부권만 인근 상가들이 활기를 띄면서 그나마 중소도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고, 그 외 지역인 서·남·북구권은 전반적인 도심 공동화, 상가 슬럼화 현상이 상당히 진행되어 도심상가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도시를 가봐도 중소도시의 핵심상권이라면 4차선 도로 양편으로 4~5층 정도의 스카이라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제시는 스카이라인은 고사하고 주거인구 감소로 인하여 도심권을 이용하는 인구마저 날이 갈수록 줄어든 현상이 건물주나 상가 임차인들의 투자의욕상실로 이어져 도심상권마저도 구 재래시장의 형태를 벗지 못한 채 대부분 1층 정도에서만 상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1층의 도심상가들마저도 군데군데 빈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자체차원에서 특단의 경기부양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그 흐름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게 또한 김제시의 서글픈 현실이다.
이런 경우 도심상가를 살리기 위해서 인위적으로나마 권역별 주요거점에 대량소비 공급처(Supply Center)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문화예술회관은 아주 훌륭한 공급처중 하나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면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이런 기회에 지차체에서는 극장 하나 없는 문화 사각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문화예술회관내에 소극장을 만들어 민간인에게 위탁을 주는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회관 주위를 도심공원화하여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외의 다양한 문화행사등을 정례적으로 치루게 된다. 이런 대량소비를 가능케 하는 공급처는 당연히 도심 가까운 곳에 건립되어야만 경기파급효과가 배가되어 상당수의 인근 상가들을 불황에서 건져낼 수 있다.
혹자는 도심팽창론 즉, 도심에서 좀 떨어진 지점에 SOC(사회간접자본)시설등을 유치해 놓으면 그 권역이 따로 개발되어 조금씩 도심이 확장되어간다는 논리로 이번 결정을 별 문제삼지 않는 모양인데, 이 이론은 전북지역중 전주·익산·군산 등 인근 3대 도시에만 해당되는 논리이지 도심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 김제지역의 경우, 오히려 시내상권을 급속히 와해시키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후보지 선정이 지금까지 비교적 소외되어왔던 서부지역의 개발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졌다면 인근 쇼핑센터와 연계될 수 있는 성산공원 부근이나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슬럼화 되어버린 중앙병원 맞은 편 부지도 좋은 대안으로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도심상가가 죽으면 그 도시도 같이 고사한다는 얘기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자체에서도 모든 역량을 도심상가 경기활성화에 집중해 나가야 할 때이다.
쇠락의 기운이 역력한 우리 고장이 그나마 일부 권역이라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순간의 적절치 못한 결정으로 영원히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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