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날 행사는 미군장갑차에 의해 숨진 심미선·신효선 학생을 추모하고, 김제출신의 이세종·조성만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주요행사가 갖는 의미를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불평등한 SOFA에 다시 한번 희생된 여중생들
'효순이,미선이' 같은 희생은 이제 그만!
지난 6월은 축구공 하나에 온 세계가 집단 최면상태에 빠졌고 "축구공" 말고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고 "대∼한민국"을 외칠 무렵.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에서 채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가 허무하게 떨궈져 버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6월13일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여중생 2명(신효순·14, 심미선·14)이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측은 '책임이 없다는 식' 태도를 보여 이에 분노한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사건진상규명 뿐 아니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증폭되는 가운데 반미감정 확산 조짐까지 보였다.
이처럼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자 주한미군측은 운전병 2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고 뒤늦게 사과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정부로부터 재판권 포기 요청을 받은 지 15일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8월 7일 법무부에 공무수행중 일어난 사건에 대해 재판권을 다른 나라에 이양한 전례가 없고 이미 관련자들을 기소한 상태라는 이유를 들어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2, 제3의 효순이와 미선이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라도 반드시 SOFA협정을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0년 12월 28일 11차 협상을 끝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SOFA협정은 형사재판권 문제의 경우 구금, 인도시기만 일부조정됐을 뿐 불합리한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송순영 기자 desk@gjtimes.co.kr
5·18 최초의 희생자 이세종 열사
이세종 열사(당시 21세)는 전북대 농과2학년 재학중이던 1980년 5월 17일밤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농성을 벌이다 건물에 진주한 7공수 부대원들에 쫓겨 옥상으로 올라간 뒤, 18일 새벽 1시에 땅바닥에서 온 몸이 멍들고 피투성이인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됐었다.
신군부의 계엄확대조치와 그 일환으로 진행된 각종 체포와 구금이 바로 5.18 광주민중항쟁의 서막이라고 볼 때, 이세종 씨는 그 첫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제대로 평가받기까지 죽어서도 오랜 세월을 차가운 지하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이세종 열사는 이후 전북대학교에서 민주화의 화신이자 시대의 양심으로 추앙돼 이세종 광장이 만들어지고 추모비가 세워졌다. 모교인 전북대학교 학생회관 옆에 이세종 열사 추모비가 세워지는 데에도 5년이 걸렸고, 명예졸업장을 받는 데에는 무려 15년이 걸렸다.
이세종 열사는 무려 숨진 지 19년만에야 광주 망월동 묘역에 안장됐다. 고향인 김제 월촌 연정리에 안장됐던 그의 묘소는 1999년 4월에 광주 망월동으로 옮겨졌다. 그가 숨진 지 15년만인 1995년 2월에야, 전북대학교에서 명예 학사학위를 받았고, 19년이 지나서 광주 망월동으로 옮겨졌다.
"사랑 때문이다" 통일의 화신 조성만 열사
조성만 열사는 1964년 12월에 용지면 용암리 모산마을에서 태어나 용암초등학교를 마치고 전주서중과 전주해성고를 거쳐 1984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에 입학하면서 민주화투쟁과 한반도 통일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1988년 5월 15일, 광주민중항쟁 8주기를 맞아 재야 민주단체 주최로 열린 '양심수 전원 석방 및 수배해제 촉구 결의대회'가 열린 명동성당 교육관 4층 옥상에서 "양심수 가둬놓고 민주화가 웬 말이냐", "공동올림픽 개최하여 민족통일 앞당기자" 등을 외치며 할복하고 땅으로 몸을 날려 숨졌다.
5월 19일 낮 서울시청 앞에서 치러진 조성만의 장례식 노제에 3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운집했다. 1년전 6월 시민항쟁 당시의 열기가 느껴지는 군중모임으로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이룬 당시 야당의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김영삼 민주당 총재도 참가했다. 조성만이 중고등학교를 다닌 전주 도심을 지날 때와 망월동 묘역으로 떠나기 전 광주 도청 앞에서 노제를 지낼 때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장례행렬을 뒤따랐다.
지난 99년 8월 15일에는 전주해성고 정문 입구에는 '통일열사 고 조성만 추모비'가 세워져 '부활하는 한반도의 넋'으로 기리고 있다.
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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