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장마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제법 싸늘하기까지 하다.

교문을 막 들어서자 테니스코트장 한켠에 허름하기 짝이 없게 웅크리고 있는 풍물패 연습실. 이마에 땀방울 송글 송글 맺친 남학생이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연습실 안은 열서너명 남짓의 아이들이 연습열기로 후끈거린다. 낯선 사람의 등장 탓인지 잠시 멈칫거리는 듯 하다 이내 북장단에 몰입해 버린다.

힘든 여건속에서 우리가락에 열정을 쏟아내는 이들의 젊음과 끼는 공연을 통해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지난해만해도 2001 전국 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그 밖에도 각 종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94년 처음 특별활동부서에 풍물반이 탄생했지만 풍물에 대한 아는 사람이라곤 학생이건 선생님이건 전무한 상태. 정읍국악원으로 박보현선생님과 학생들이 배우러 다니길 수개월.

마땅한 연습장소가 없어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시민운동장 주차장을 연습장소로 삼고 연습했던 것이 엇그제 같다고 말하는 박보현교사.

징, 꽹과리, 북, 장고 등 이들 소리의 매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단순한 소음에 불과해 쫓겨다니며 연습장소를 찾아야만 했던 많은 어려움과 설움이 있었다며 지금의 연습실은 우리들에겐 궁궐이나 다름없다며 소탈한 웃음소리를 낸다.

이번 여름방학동안도 연습실에서 10∼15일 정도 합숙하며 장단 익히기와 김제 우도농악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 학기중에는 수업이 끝난 후 보통 하루 3∼4시간 연습을 강행한다.

이렇게 감내나는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는 이들의 화려한 이력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94년 이후 제7회전국고교생풍물대회금상, 제1회무등청소년예술제국악부문대상, 제18회전북 시군농악경연대회학생부대상, 제1회서석문화축제농악부문대상, 제7회대구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대상, 제18회경주전국국악대제전타악부문최우수상, 제6회명량국악대제전풍물고등부대상등 등 이들이 거머쥔 크고 작은 상들만도 수를 헤아리기 쉽지 않을 정도다.

중학교 2학년때 단지 우리가락이 좋아서 꽹과리를 잡았다는 상쇠 박헌용군(2학년) 실력은 수준급.

한참 연습하던 아이들이 철수하기 시작한다. 이유인즉 한국민속촌으로 교육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란다. 때마침 졸업한 풍물패 선배 서너명이 들어선다. 원광대 국악과에 재학중인 김병석(25)씨가 후배들을 위로 차 들른 것이다.

김병석씨 말고도 풍물패를 거쳐 공연단체나 대학서 국악을 전공하는 졸업생도 꽤 있다고 한다. 아예 1학년때 진로를 결정하고 풍물패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갈수록 우리가락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실정이어서 풍물패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갈수록 줄어 내심 걱정스러움을 박교사는 내비친다.

젊음과 열정이란 이름으로 우리 전통가락을 뿜어낼 수 있는 덕암정보고 풍물패를 기대해 본다.

송순영  ssy@gjt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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