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장애인의 삶과 정상적(?)인 우리들의 삶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어서 소통하기 어렵다. 겨우 거지의 깡통에 동정을 던져주며 자신의 안도감을 느끼는 일방적인 자위행위만이 소수 존재한다. 우리는 결코 그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형식적인 이해 뿐이다. 영화 [오아시스]는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불편한(?) 영화이다.
물론 장애인끼리는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기 쉽다. 사회적 장애인인 종두와 신체적 장애인인 공주는 서로 쉽게 소통한다.(이름마저도 두 글자 모음이 같다. 종두와 공주…우연일까? 복선일까?) 그리고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 있다. 우리는 진정 그들을 사랑하기 어렵다.
이 [오아시스] 속의 두 장애인은 그러나 우리들을 이해하고 기꺼이 희생하며 용납한다. 정상인들과의 단절 속에서도 종두와 공주는 그 가족에게 원한을 갖지 않으며 탓하지도 않는다. 가족들은 그들과 최소한의 관계만 남겨 놓았고, 그 끈 마저도 버거워 잘라버릴 궁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종두는 공주를 처음 본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까? 얼토당토 않게 강간을 해버리지만, 밖으로 나와서 혼자서 마구 화를 낸다. 왜 화를 내는 것일까? 보통 강간범이라면 그렇게 자신에게 화를 낼까? 몇 번 얼굴을 보고 꽃을 보내온 남자에게 강간을 당한 공주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왜 그는 끝내 종두에게 전화를 걸까? 종두는 그 전화가 왜 그리 반가웠을까? 그 이후 공주를 사랑하는 일련의 과정은 흑심일까? 순수한 마음일까? (가장 논란이 많은 장면이다.)
[오아시스]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종두가 매우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창동 감독이 넌지시 그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종두의 사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우리들 사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아니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행위는 바깥 사회에서 냉대받고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에는 종두가 강간범으로 몰리고 경찰서에 잡혀간다. 이때에도 종두는 결코 자신들의 사랑을 해명하거나 이해받으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처럼 범죄자의 낙인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이다. 공주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경찰에게 또는 가족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한다. 소통단절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 정상인과 사회적 장애인(공주도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장애인이다.)간의 단절을 섬찟하게 그려 놓고 있다. “당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같이 살아가지도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는 종두와 공주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시궁창 속에 핀 연꽃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지도록 꾸며내고 있다. 그러나 보는 관객들은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연꽃이 너무 아름답노라고 마음 편이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사막에 핀 선인장꽃과 같다. 우리가 그 꽃을 안으면 가시에 가슴을 찔린다.
사랑에 관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그 대부분의 영화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사랑에 관한 영화는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이 통례이다. 영화 [오아시스]도 잠깐 잠깐 판타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위로한다. “너무 마음 불편해 하지 마라, 사랑이란 다 아름다운 것이다.” 이렇게 위로하고 있는 듯 하다.
공주의 방에 걸려 있는 [오아시스] 카펫은 매우 남루하다. 그러나 공주는 거울로 햇빛을 반사시켜 그 [오아시스] 카펫 위에 판타지를 그려낸다. 그런데 창밖에 서 있는 큰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그 오아시스의 판타지를 방해한다. 그 나뭇가지만 베어내 버리면, 그 사막의 [오아시스]는 방해받지 않고 늘 아름다운 판타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종두는 경찰서를 도망나와 나뭇가지를 자르고는 다시 잡혀서 교도소로 간다. 그러나 우리들은 과연 그 나뭇가지를 베어내어 그림자를 없애주었을까? 안타깝게도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단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일이며, 우리가 보기에 비정상적인 일이다. 우리의 오아시스 카펫 위에는 여전히 그림자가 일렁인다.
햇살이 그득한 공주의 방안에서 공주는 빗자루로 방을 쓴다. 우리들의 삶은 변한 것이 없다. 영화의 첫 장면이 종두가 여름 옷을 입고 겨울에 출감하는 장면이었다. 종두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공주는 다시 홀로 남겨졌다. 우리들의 삶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순수한 마음씨의 사회적 장애인 종두는 교도소에 있고, 신체적 장애인 공주는 여전히 버려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장애인 신체적 장애인을 따로 격리시킬 때만 안심하고 산다. 영화 [오아시스]는 장애인 영화이면서도 장애인 영화가 아닌,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인 이유이다.
* ‘설경구에게도 베니스 영화제 남우 주연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논깡'
본지 편집위원 송기삼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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