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은 정부와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정보원이자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출입처와 기자단이 마치 촌지로 대표되는 비리의 창구로 비쳐지는 것은 극소수의 출입처일 뿐 전부는 아니라고 봅니다."(언론인)
지난 2001년 3월 28일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가 인천공항 기자실에서 쫓겨난 사건으로 촉발된 기자실과 기자단 폐지 논란은 같은 해 12월 7일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 상임집행위원회가 공직사회 개혁운동으로 결의하면서 사회전면에 부상한 바 있다.
여기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일부 언론학회들이 기자실 개혁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기자실의 폐해가 백일하에 드러나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던졌으며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불러왔다. 기자실이 언론계 비리의 온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왜곡하는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는 언론개혁운동에 불씨를 당기는 계기가 됐다.
전국적으로 기자실 폐쇄가 잇따랐으며 2002년 7월말까지 문을 닫은 기자실은 44개에 달했고 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협상중이거나 계획을 진행중이다. 기자실 존폐논쟁은 감정대립과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있고 현재도 '완전폐쇄', '브리핑 룸 전환'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기자실 폐쇄로 인한 커다란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 '기자실 폐쇄'가 최선이나 전부가 아니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기자실 폐쇄 요구 여론도 한풀 꺾였다.
이에 대해 한 일선기자의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이 시책홍보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기자실 폐쇄가 언론사의 취재 보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기자실 폐지에 따른 취재 보도 시스템의 새로운 대안이 무엇인가를 모색한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전라일보> 박주현(41) 사회부장이 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언론홍보 전공)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지방자치단체 기자실 존폐논쟁에 관한 연구'는 취재현장의 기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자실 운영제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논문은 저자가 현직 기자신분임에도 전북지역 언론의 실태와 구조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공무원들의 언론관과 기자실에 대한 인식조사를 통해 쌍방간 개선방안을 찾고 있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문은 지역언론과 지역사회·지자체의 관계, 기자실 운영실태 및 이에 대한 언론인과 공무원들의 인식조사를 통해 "왜 기자실 폐지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며 공무원과 기자들간에 어떠한 의견의 차이가 있는가", "기자실 폐지에 따른 취재 보도과정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기자실 폐지에 따른 새로운 대안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전북 지방일간지 7개, 기자 370여명
먼저 전북지역 언론의 특성과 기자실의 운영 실태를 분석에서 시장규모에 비해 언론사가 지나치게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지역 종합일간지는 지난해 <전북일보>를 비롯, <전라일보> <전북도민일보> <새전북신문> <전주일보> <전북매일> 등 6개사에서 <전주일보>와 <전북매일>이 폐간하고 <매일전북> <전주매일> <전북중앙신문> 등 3개가 거의 동시에 창간, 7개사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번영로가 발행하는 주간지 일요시사가 <전민일보>를 제호로 문화관광부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1년 12월 현재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자치단체에서 발간되는 지방일간지 62개의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역별로는 경기 11개, 광주 9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 같은 신문사의 난립으로 영세성과 열악한 구독자 기반, 경영부실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비좁은 광고, 판매시장에서 이전투구식 경쟁에 중앙지와 지역신문들의 시장잠식으로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을 신문사의 재무구조 불안과 신문 품질저하, 독자이탈, 경영악화 등을 들고 대외적으로는 중앙지들의 무차별적인 시장공략, 독자들의 뿌리깊은 중앙 중심적 사고, 열악한 시장여건 등의 악순환으로 진단했다.
또 이들 신문사에 종사하는 기자는 지역 주재기자를 포함해 모두 370여명으로 여기에 방송 3개사와 10여개 중앙신문 주재기자를 포함할 경우 취재보도에 종사하는 기자만 450여명에 이른다.
기자실은 전북도청을 비롯 14개 시·군과 도교육청, 지방경찰청 등 기관과 전주상공회의소와 전북은행, 농협 도지부 등 경제단체 및 기관들이 공보(홍보)실과 기자실을 병행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자실은 대부분 출입기자들을 위한 취재공간과 전화 및 통신사용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한 해 동안 남원시청과 김제시청, 정읍시청, 부안군청 등 4개 시·군의 기자실이 브리핑 룸으로 전환됐으며 전북도청과 타 시·군들도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이다.
보도자료 의존도 70.6%, 영향력 74.5%
이 같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기자실 이용과 취재보도 행태,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을 보면 기자들은 기자실을 중심의 출입처 의존도가 매우 컸고 이 것이 공무원들의 언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기자실 폐쇄 요구여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보도에 관한 행태와 취재원 접근방법, 기자실 이용횟수 등 10개 항목에 대한 조사결과 출입처 기자실과 보도자료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보도자료 의존도는 '크게 의존한다' 15.7%, '조금 의존한다' 54.9% 등으로 조사됐으며 보도자료의 기사화 정도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58.8%)와 '많은 영향을 미친다'(15.7%)는 답변이 78.5%에 달해 '보도자료 필경사'라는 빈정거림을 사실로 확인했다.
기자실 출입빈도도 '일주일에 평균 3회 이상 들른다'가 90.4%나 됐으며 운영체계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한다'(2.0%), '어느 정도 만족한다'(64.0%)라고 응답, 취재활동이 기자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중립적 보도자세 견지(90.4%), 사실취재 실행도(대체로 그렇다, 항상 그렇다-92.3%), 취재원과 일정한 거리유지(68.6%), 보도자료 보충취재(82.3%) 등으로 기자들이 취재의 제 원칙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엠바고 실행도(84.0%)와 기자단 공동취재(48.1%) 등의 조사결과는 출입처 유착과 기사의 획일화 등 패거리 저널리즘의 우려를 낳았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방언론과 출입기자에 대한 인식, 보도자료가 취재보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언론매체 이용도는 TV와 인터넷이 각각 34.8%가 가장 높았고 지방신문은 16.5%에 불과했으며 신뢰도는 TV가 60.9%로 가장 많고 지방신문은 3.5%로 가장 낮았다.
지방언론사의 공익성 평가에서는 69.0%가 '영리성을 추구한다'고 응답했으며 95.6%가 '지방언론사가 많다'고 답변, 대부분 지방언론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했다.
기자들에 대해서는 직업윤리의식이 희박하다(39.7%), 타 직종 인력보다 능력과 자질이 낮다(38.8%), 비판적이지 않다(35.3%) 등으로 부정적이었다.
폐쇄-공무원 37.1%, 기자 15.7% 찬성
기자실 운영방식에 대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언론인은 37.3%나 됐으나 공무원은 6.0%에 불과했고 기자실 폐쇄는 공무원이 37.1%인데 반해 기자는 15.7%로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공무원들의 기자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기자실이 있음으로 해서 불편한 점을 꼽은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불편사항 중 보도자료 생산에 따른 업무부담(37.1%)과 촌지 및 음식제공(36.2%)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자실 폐지 이유를 공무원의 76.7%가 기자들의 권위주의와 고자세 때문이라고 지적했으며 이에 대해선 기자들(42.3%)도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일부공무원의 이기주의(28.8%)와 공무원직장협의회 요구(38.5%)라고 응답, 기자들과 공무원들의 상호 불신감과 시각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공무원들은 기자실로 인해 업무의 간섭을 다거나 고유 권한을 침해당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이고 언론인들은 독자들의 알권리와 정당한 취재행위를 하기 위해선 기자실 폐지보다는 브리핑 룸 전환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실 폐지에 따른 취재보도 과정의 변화에 대해서는 기사의 질적 향상 등 비교적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브리핑 룸 전환 후 업무량과 비판기사 증가 등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그릇된 언론 관행과 관언유착 등이 개선되지 않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실 폐지에 따른 취재 보도의 변화 전망을 보면 기사량은 언론인(62.0%)과 공무원(64.0%)가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해설·비판기사는 공무원(64.9%), 언론인(64.0%) 모두 늘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내용과 기자실 폐지의 상관관계는 대부분(공무원-70.8%, 언론인-89.8%) '상관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 행태 역시 대부분(84.6%) '해당 부서를 직접 방문 취재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들도 기자실 폐지 후 방문 취재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고 답변했다. 기자들은 기자실 폐지와 취재보도 변화에는 회사에 일부 책임 있다며 대책 강구를 요구하는 여론도 높았다.
기자실 폐지 후 대안에 대해서는 브리핑 룸으로의 전환이 기자(63.5%)와 공무원(70.4%) 모두에게 큰 공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능중심, 팀제배치 등 취재시스템 개선시급
결국 출입처 기자실, 기자단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며 권위주의 또는 고자세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돼 기자실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변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자실은 개방형 취재공간으로 전환해야 하고 운영비는 각 언론사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인 박 기자는 기자실 폐쇄 등 급변하는 취재환경 변화에 대해 지방언론사들의 기능중심 또는 팀제배치 등 다각적인 취재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또 지방 주재기자들에게 무리한 광고와 판매를 요구해서도 안되고 출입처에서 취재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들도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인 만큼 자기계발과 성찰, 현장중심의 취재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공무원직장협의회 등 공무원들도 기자실 폐쇄문제를 감정적 상황대처에서 벗어나 기자단과 출입처간 관계를 합리적이고 건전한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용 기자 ssy1479@empal.com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ohmynews.com)에 실린 기사로 본지와의 기사교류협약에 의해 실었습니다. 또 <시사전북>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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