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평안의 세계로 떠날 새벽미명에 비 내리는 어둠을 뚫고 좁디좁은 창문의 방충망을 살며시 뜯은 후에 중고 가전제품 가계에 딸린 방의 유리 샷시문을 작은 돌로 깨부수고 넘어오느라 도선생님! 얼마나 힘드셨나요? 바닥에 유리 파편조각이 떨어져 소리가 요란했을텐데 담도 크시네요.

창문 밑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텔레비전3대가 올려져 있었는데 넘어뜨리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넘어 오셨더군요.

방바닥에 발자국도 지문도 남기지 않고 하얀 장갑을 끼고 떨리는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오늘도 한 건 했구나!' 싶었겠지요.

어렵게 구입한 컴퓨터였는데 당신이 가져간 것은 그냥 물건이 아닌 추억이었습니다.

늦게 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귀한 생명을 얻어 한 장 한 장 디카로 찍어놓은 사진을 1500장 가까이 저장해 놓았는데 도선생님이 가져가시는 바람에 8월22일 그날 멍한 사람처럼 지낸 거 알고나 있으신지?

문서도 귀하지만 첫 아이를 별 쇼를 다해가면서 사진을 찍어놓았는데 어이 없이 도둑맞고 보니 도선생님! 참 잔인한 사람입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하루종일 내가 알게모르게 마음아프게 한 사람이 없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도선생님! 컴퓨터는 계속 쓰시고 조용히 자료와 사진을 돌려주심이 어떠실련지요?

왜 남의 마음 아프게 만드니까 좋은가요? 당신의 양심은 강심장인가봐요?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렇게 살아가나요?

도선생님! 그나마 모뎀하고 복합기는 놓고 가셨데요?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었는데 한 두 번 솜씨가 아니어서 경찰도 놀랬답니다.

전국에 있는 도선생님! 한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고 제발! 정직하게 사시고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고 부모가 되어 주십시오.

양심을 져버리지말고 깨긋하게 살다가 다음 세상에서 기쁨으로 웃으며 만납시다.

선정환  sjh7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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