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호 방/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

며칠 전, 어느 신문의 1면에 한 젊은 아가씨에 관한 글이 실렸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올해 '한국농업전문학교'에 재입학을 할거라고 한다. 그 당찬 우리의 딸은 10년 뒤 화훼업계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 기사를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겹쳐 흐른다. 먼저는 기특한 그 아가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마음이다. 그리고 다음은 농업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1면 머리기사가 된다는 우리의 현실이 조금은 씁쓸했다. 또, 10년 후 그 아가씨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혹 우리 농업 현실에 비관하고 자포자기나 하지는 않을까(절대 그러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바라지만)하는 우려의 마음이었다.

그렇다. 지금의 농업정책은 '농업포기정책'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절대농지'라고 땅 놀리면 벌금 물리더니, 이제는 '휴경지'에 돈을 준단다. 누군가는 농업이 단지 외국과의 무역에 있어 공산품을 파는 대신 내줄 그 '무엇'일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무릎을 친다. 미끈한 논바닥에 한 발이라도 담궈본 사람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항변도 해 본다. 농업을 경제관점에서만 보면 안된다고. 농업은 식량이자 국가의 안보요, 주권이며 근본이고, 생명이요 환경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내용이건만 정책은 요지부동이고 농민은 죽어나간다. 누가 부자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가. 부모 모시고 아이들 키우며 소박하게 살 수만 있으면 되는데 이건 나가 죽으라는 꼴이다.

그렇다고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기엔 우리는 흙과 내 고향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 고장에서,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라도 차근차근 실천해 볼 일이다. 그래서 우리 시에 바라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장기적으로 우리 김제시 관내의 모든 재배지는 친환경유기농법으로 경작하도록 유도하자. 지역별로 특색 있는 작물을 육성지원하되 그 재배방법은 친환경유기농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역 농업이 살 길이기도 하지만 결국 환경이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살림' 등 기존의 단체와 시 차원의 연대를 모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둘째, 관내 학교급식은 우리 친환경유기농산물로 한다는 조례를 서둘러 만들자. 얼마전 시의회에서 이 같은 조례안이 부결 되었다. WTO 등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다. 그러나 그러한 법은 광역단체까지만 적용될 뿐, 지방자치단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조례가 만들어지면 지역내 친환경농법이 빨리 정착하는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조례는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농민재교육 및 귀농인을 위한 교육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집 짓는 법, 구들장 놓는 법, 천연 염색법, 내 몸 돌보기(자연의학), 옷 만드는 법과 유기 농자재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아니 옆집 김씨 아저씨가 강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을 제대로 이수한 귀농자에게는 여러가지 지원을 통해 김제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리하여 '말은 제주도로, 농사꾼은 김제로'라는 말이 생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금 성공적으로 진행중인 '지평선축제'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 볼 만하다. 우리 시의 자랑거리인 흙(땅), 수리시설, 농업과 관련된 세계엑스포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사는 김제를 농업이 살아있는 생태도시, 환경도시로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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