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격이나 판로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융자위주로 이뤄진 농업정책이 농가부채를 급속히 늘렸고 농가부채 해결 문제가 지난해 말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마침내 국회는 고민끝에 '농어업인부채경감특별조치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법안도 임시방편일 뿐, 농사를 지으면 희망이 있고 이득을 남겨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게다가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마저도 농민의 이익보다는 조합의 이익을 우선하고, 농민의 주머니보다는 직원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는 인상이다.


농사가 잘못되면 농협은 손해보려하지 않고 피해는 농민이 고스란히 안아 이중고를 겪어야 하며, 농사가 잘되면 농민보다는 농협이 많은 이익을 챙기게 된다.


부실대출과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손실은 농민의 몫이 되지만, 농사 잘지어 농협이 이익을 남겨도 농민의 주머니엔 남는게 없다.


많은 농협에서 총 조수익의 대부분이 직원의 인건비와 사무실 경비로 소멸돼 버리고 그나마 농민을 위한다는 지도사업비도 목적에 위배되게 방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최근 관내의 한 농협은 언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도 반성과 개선의 의지보다는 '음해' 운운하며 내부단속과 맞대응에만 혈안하는 모습을 보여 농협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어떤이는 "농협이 없었더라면 농가부채도 없었을 것이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신용이나 담보력이 부족한 농민들은 소위 어깨보증이라 일컫는 맞보증으로 한사람이 파산하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연대보증문제에 얽히고 설켜 한가족처럼 지냈던 공동체의식이 깨지고, 정든 고향을 떠나거나 심한 경우 농약을 마셔버리는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한다.


농협은 조합원들의, 다시말해 농민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과는 달리 농민 개인 신용도에 따라 무보증으로 대출을 전환하는 것도 마땅히 검토되어야 한다.

애초 순수 농민의 협동체로 출발한 농협이 신용사업을 추가함으로써 거듭 몸뚱이를 키워 왔다.


조직은 중앙집중화·관료화의 길을 치달아, 오늘날 그 운영이 난맥의 고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농촌의 현실에서 농협은 과거 군사정권 때부터 농민 위에 군림했던 농협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명실상부한 농민의 농협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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