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근(김제시의회 의원, 성덕면)
김대중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향하기 전 1991년부터 시작된 농업구조조정은 이 땅의 농업 구조를 바뀌게 한 것은 물론 농업의 주체인 농민들의 희망은 구조조정을 넘어 말살하고 말았다.
농업이 국민의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 공급을 위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계속해서 추락하는 식량자급도를 높이는 방안이 함께 수행되었으면 바람직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기본이 된 "농어촌구조개선대책"에는 외국의 광활한 농업여건에 기준을 둔 경지면적의 확대를 통한 "경쟁력향상"만을 위한 무모한 대책이었다.
농업구조정은 1986년도부터 시작된 UR협상으로부터 촉발되었고 협상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1989년 "농어촌발전종합대책"이 그 근본이 되었다.
"농어촌발전종합대책"발표당시 농민운동권에서는 "농민을 발로 차는 대책"의로 명명하여 우리 나라 농업에 맞지 않는 대책임을 지적하며 격렬하게 반대한 바 있다.
결국 "비교우위론"으로 무장된 경제관료들에 의해 농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UR협상은 1994년 강대국들의 이익이 충분히 관철되는 선에서 타결되고 말았다.
이른바 세계화농업을 주창하면서 경쟁력만이 농업의 모든 것인 것처럼, 농업의 모든 여건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농업선진국을 대상으로 농업을 개방하게 되었던 것이다. 스포츠 게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완전한 게임의 법칙은 없지만 최소한 경기가 가능한 게임의 법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나라 농업세계화 추진과정은 마치 권투경기에서 헤비급 세계 선수와 초등학교 학생이 시합을 하는 것과 유사한 농업생산력 경쟁을 시킨 꼴이다.
전통적인 가족소농경영체인 우리 나라의 농업구조는 애초부터 대규모 경영체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농업선진국과는 비교의 대상이 아닐진대 하물며 경쟁을 부추긴 이 나라 정부는 초등학생을 권투시합에서 헤비급선수와 경기하도록 허락한 부모와 마찬가지이다.
농업개방론자들은 개방을 위해서 농촌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을 통하여 42조원을 투입한 것을 개방을 위한 모든 준비를 했다고 위안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것은 초등학생에게 권투시합을 앞두고 용든약을 몇 일 먹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용든약을 몇 첩 먹이고 출전시키고 시합에 지자 자신은 최선을 다 했노라고 생각하고 있는 미련한 부모의 처사와 흡사한 정부 당국자의 파렴치한 자세이다.
정부가 농업농촌에 투자한 막대한 돈은 어떻게 농업에 기여했는가? 구조개선에 투자된 42조원 중에는 농지를 정리하고 생산 수단인 농기계를 보급하여 생산력을 증가시키게 한 부분도 있어 바람직한 일면도 있다.
그러나 농업수요공급 예측의 잘못으로 인하여 정부에서 권장한 사업들이 생산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천덕꾸러기 농업시설이나 농산물일 경우,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아버지 말만 믿고 용든약 몇 첩 먹고 권투시합에 나가서 헤비급선수에게 패배한 초등학생이 잘못인가 ? 아니면 이런 경기를 주선한 아버지의 잘못인가?
구조개선을 하겠다고 투자한 막대한 돈은 결국 농민들의 빚으로 남았고 이 땅의 농산물 자급도를 급격히 하락시키고 말았다.
세계화농업을 위해서 제대로 된 농업구조조정을 했다면 이 땅의 식량자급도가 높아져야하며, 농업에서 추방되지 않고 농사를 열심히 지은 농민은 빚이 없는 우량한 농업경영체로 남아 있어야 하나 농업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세계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숙명이라고 치자.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자기 위치에서 좋은 것은 발전시키는 것이 세계화이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버리면서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세계화는 아닐 것이다.
이제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권투시합에 나갔던 초등학생은 시합에 진 것만이 아니라, 시합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잘못 판단한 아버지는 상처를 치료해 주는 최소한의 부정(父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정부는 꿈마저 빼앗긴 농민 농업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만일 정부가 계속해서 이 땅의 농민과 농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채찍을 가한다면 책임져줄 정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농민들이 대한민국정부를 부정하고 세계화를 위해서 세계정부 수립을 주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화를 위해서 대통령도 미국이나 강대국에서 뽑자는 주장을 할 경우, 그 동안 개방농정을 펼쳐 온 정부관료들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실천하면서 노동자와 농민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김대중 정부는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다른 것은 다 세계화를 해도 이 땅의 정권만을 안 된다고 강변할 것인가?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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