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구원된...

"아직 삶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未知生, 焉知死)" 죽음에 관해서 묻는 제자에게 공자께서 들려주셨다는 이 말씀은 좀 엉뚱한 의미에서도 뜻이 있다. 삶을 모르면 죽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죽음을 모르면 삶도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의 삶은 그래서 동물과는 다르다.

자신이 몇 십 년밖에 살지 못할 것을 빤히 알면서도 왜 인간은 수 천년이나 갈 피라미드를 만드는가? 거기에다 요즈음에 와서는 또 하나의 질문이 추가되었다. 인간복제가 실현되면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 것인가? 또 지금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게 되면 우리가 장말 행복할까?

"나는 내가 전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을 여러분에게 전해 드렸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성서에 기록된 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는 것과 무덤에 묻히셨다는 것과 성서에 기록된 대로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과 그 후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뒤에 다시 열 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팔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1고린 15,3-8).

그리스도교는 여기서 출발한다. 그리스도교라는 말 자체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인정하고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의미인데, 부활을 체험하지 않았더라면, 그분을 그리스도로 인정할만한 근거가 별로 없었다. 생전에 몇 가지 좋은 일을 한 것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남을 살리면서 자기는 살리지 못하는구나! 어디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오나 보자. 그렇게만 한다면 우린들 안 믿을 수 있겠느냐?"(마르 15,32).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향해 사람들이 퍼부은 야유는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처참한 죽음을 당하셨던 분이 너무나 뜻밖에 부활하셨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분을 참된 그리스도 곧 메시아로 믿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교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이전까지는 수많은 물음표 속에 얼어붙어 무덤만큼이나 절망적으로 갇혀있던 인류의 수많은 물음들이 해답의 창문을 찾게 되었다.

이제 복락원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 확실한 현실이 되어, 우리가 가야할 <본>고향이 된 것이다. 거기가 영원한 도성이라면 여기는 언젠가 허물어질 집일뿐이다.

그래서 이제 인간은 여기의 삶이 아무리 고달파도 견디어 내며, 어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로마 4,18) 살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뚫고 들어갈 수 없었던 죽음을 향해서 인간은 농담마저 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1고린 15,55)

그리스도인들이란 "희망으로 구원된"(로마 8,24) 사람들인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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