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검도회장 송 승 영

  "그날 난 어디서 무얼 했었지?"라는 질문은 관람객 600만 명을 넘어 선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나오면서 필자가 자문했던 말이다. 뚜렷하지 않지만 아마 후배들과 빨간 티 입고 월드컵 응원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우리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올라 온 나라가 열광했었고 매일매일이 월드컵 응원 겸 축제를 즐기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북한이 먼저 포격을 시작하여 우리 해군 용사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극성인지 모르지만 이왕 보는 김에 먼저 보려고 영화 개봉 첫날 첫 시간 프로를 관람했었는데 소극장이라 좌석이 거의 차 있었지만 나이 먹은 관람객은 필자 내외와 모 보훈단체 회장인 선배 내외뿐이었다. 모두가 20~30대 젊은이들이었고 대부분 커플들이었다. 영화를 보며 필자도 물론 눈물을 흘렸지만 가끔 주위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영화가 끝났는데도 모두 자리를 뜨지 앉고 있는 모습을 보며 긴 여운을 남기는 그런 진한 감동을 받았었다.

  그래서 '왜 우리들이 눈물을 흘렸으며 어째서 자리를 뜨지 못했을까?'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 봤다. 

  첫째, 미안한 마음이다. 필자는 복(?)이 많아서인지 부모님과 처부모님 임종을 모두 지키는 축복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의 부담이 덜 하지만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다른 가족들은 항상 죄송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듯이 아마 필자나 관람객들의 마음도 그런 마음이었지 않나 싶다. 필자 같이 연평해전에 무관심 했었거나, 당시 나이가 어려 잘 몰랐었지만 영화를 통해서 좌우 진영 논리가 아닌 가슴 아픈 역사적 실제 사실이었고 또 우리 가족들의 얘기임을 알게 된 후 느끼는 회한이라는 거다.

  두 번째, 애국심이다.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살듯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면서도 조국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고 있지만, 내 집 없는 서러움을 알 듯 이번 영화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내 나라를 지키는 애국심이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를 일깨워 줬다는 것이다.

  세 번째,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다. 함장 윤영하 소령의 "너희가 허비하는 그 1초가 전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조타수 한상국 상사의 "약이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 "난 배를 살릴 테니 넌 사람을 살려!" "전부 다, 내가 데려다 줄 거야" 필자처럼 위생병이었던 박동혁 병장의 "죽긴 왜 죽습니까? 죽지 않습니다"란 명대사가 우리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다. 

  넷 째, 지도자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 그리고 분노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하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외면했던 고위급 직속상관들의 뻔뻔하고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에 대한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됨으로써 "구태여 그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킬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말로만 '국방', '애국' 조잘대는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배신감과 실망 그리고 분노가 일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영화 '연평해전'을 보러 가게 만들어 700만명 돌파를 내다보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호응도가 높아 기간을 연장하여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우리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한다. 

  "그날 난 어디서 무얼 했었지?" 

  이 물음이 바로 나라를 위해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우리 해군 용사 분들에 대해 보답하는 길이고, 우리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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