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울분과 근심으로 겨울이 계속될 뻔 했는데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 새만금에서 광대나물 꽃을 만났어요. 봄맞이 꽃말을 가졌지요. 공사가 마무리 되어 총 33km에 달하는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지요. 길이 뿐 아니라 하부 폭이 400미터, 상부 폭도 100에 달해, 바다위에 세워진 만리장성이라고 할 만해요.

  규모가 워낙 큰데다, 환경문제와 지역주민의 반발로, 공사 중단이 반복되면서 무려 19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서울시의 삼분의 이 크기인 땅이 새로 생기고 우리나라 지도는 배부른 호랑이가 되었죠. 개방구간 끝막이 공사는 돌망태 공법으로 천년에 한번 오는 파도에도 끄떡없대요.

  삼국시대부터 전승되어온 예언서 정감록에 보면 수도가 송악에서 한양으로, 한양에서 계룡산으로, 계룡산에서 가야산으로, 다음으로 서해의 고군산군도가 천년 도읍지가 된다는 설이 있지요. 이제 세종시에 행정수도가 이전되었으니, 다음은 고군산군도의 중심지인 새만금이 차례라니, 어쨌든 기분 좋은 이야기입니다.

  돌고래쉼터에서 잠시 내려 사진도 찍고 바다도 바라보았어요.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연결하는 고군산대교를 지나자 앞에 선유도가 보이네요. 예전에 1시간이 넘게 풍랑에 시달려서, 배 멀미로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배를 탈 필요 없이, 육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합니다. 이제 바다 쪽 수면이 높고 육지가 될 방조제 안쪽의 수면은 낮습니다. 곧 간척지가 눈에 보이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내부개발의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잘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니까요.

  저기 방조제 안쪽에 떠있는 고깃배에 제 삶이 실려 있는 것이 보이네요. 이 고비를 넘으면 괜찮겠지 하지만, 삶이란 파도타기였어요. 그저 눈앞에 닥친 일에 매달려 조급하고 힘겨웠는데, 새만금을 보니 숨통이 좀 트입니다. 한발 떨어져 관조하니 그리 서둘 것도 없고 안달복달할 것도 없네요. 과연, 죽기 전에 이 새로운 땅의 번영을 보게 될까요. 삶을 통째로 바라보네요.

  겨울은 가고 봄이 옵니다.

사진 : 나인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