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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추임새2. 설란의 보름

 

 사진: 나 인 권

  뒤숭숭한 속을 데리고 동헌으로 들어섰어요 겹처마 팔작지붕 탓이었을까요. 스르르 육백여 년 전으로 스며요. 시끌시끌한 세상살이 저만치 물러서네요 느릿느릿 두어 바퀴 도는 데 내아의 햇볕 든 쪽마루가 자꾸 손짓해요 다가가 벌렁 누워버렸지요. 아아 이대로 한숨 잤으면 좋겠다. 그러자 토방에 걸쳐진 한쪽 다리를 바람이 지나가면서 슬쩍 건들어요. 

  저런 뜬금없이 삐질삐질 눈물이 새어 나와요. 가득 찬 것도 출렁거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줄곧 쟁여만 온 탓이어요. 바깥에 정신 팔려 속셈을 잡지 못했어요. 엎질러지니 걷잡을 수 없네요. 어 우중충한 눈에도...

  아슴아슴 낮달이 보여요 몇 번이고 눈을 맞추고 확인해요. 새벽녘 동쪽에서 잃어버렸다고 여겼는 걸요. 그믐이 지나 영영 사라졌다고 짐작해 버렸어요. 그렇게 당신과 연분이 어긋났지요. 보이지 않으니 없는 거라고 겨우내 저절로 쏠리는 마음 애써 모른 체해서 꽁꽁 얼어붙었어요. 하나 시도 때도 없이 끌어당기는 중력을 어쩌냐고요

  로도히폭시스 저 알뿌리 무의식에 박힌 당신을 그만 꺼내놓으려고요. 아무것도 없었던 동헌 뒤뜰도 들썩거리잖아요. 지금까지 발자국 지우지 않았어요. 진분홍으로 쑥 떠올라 말해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고...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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