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로부터 이달의 새농민상에 선정된 광활면 은파리의 신광식(32)·송삼숙(30) 부부를 찾았다.

빗물을 머금어 푸르름이 더하는 벼들의 물결너머로 번듯하게 들어선 2층 양옥집의 첫인상이 여유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농업도 경쟁력이다'는 구호를 되뇌이며, 근면·성실로 고소득을 올려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을 전하겠다고 이들을 찾았던 기자의 기대는 첫 대면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신광식씨는 "광활면은 보리농사를 많이 지어 농민들이 인건비와 기계값, 용돈 등을 써왔으나, 올해부터는 보리수매량이 반으로 준데다 쌀값도 갈수록 떨어져 빚을 얻어야 생활할 처지다"고 걱정이 앞선다.

자신도 보리 수확을 위해 농협에서 빚을 얻어 6800만원씩하는 크라식콤바인 2대를 구입했는데 경작지가 줄어 기계값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이다.

신씨는 1970년 부친 신현태씨와 모친 김미자씨의 2남2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한 터라 어려서 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와야 했다.

부친은 심포에서 꼬막을 잡아오고, 어머니는 김제장 뿐 아니라 임실, 전주 등지를 다니며 꼬막을 내다 팔았다.

"자라면서 힘들일을 해 봤고 고생을 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농사일에 뛰어 들 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라고 농업에 종사하기로 결심했던 당시를 설명한다.

신씨는 광활초교와 남곡중, 전북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농업에 투신,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농사일에 전념해 고교졸업 2년만에 김제시 농업기술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가 하면, 이듬해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됐고, 94년에는 21살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쌀전업농에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95년에는 부인 송삼숙씨와 중매결혼해 잠시 신풍동 부영아파트에 거주하다가 농사에 전념하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고향집에 들어가 동훈(7)·동인(5) 두 형제를 낳고 3대가 한집에 같이 사는 효자·효부이기도 하다.

또한 신씨의 아내 송삼숙씨는 이젠 못 다루는 농기계가 없을 만큼 농업에 관한한 베테랑이며, 누구보다도 든든한 신씨의 사업 파트너다.

신씨는 소득증대를 위해 이모작을 실시하고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이웃 농가를 위해 기술보급 및 우수종자 보급 등 같이 잘사는 농촌을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보리와 벼 수확기에는 허구한 날 밤을 새워가며 콤바인과 시름하면서 부농의 꿈을 일궈왔으며, 2000년에는 벼농사 2만5천평, 보리 1만7천평, 감자 3600평을 일궈 9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그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5천여평의 논이 전부였던 것이 이제는 2만9천여평으로 6배 가까이 농토를 늘리게 됐다.

농기계도 고가의 크라식콤바인 2대를 비롯해 콤바인 1대, 트랙터 2대, 이양기 1대, 건조기 2대, 지게차 1대 등 웬만한 영농조합법인 수준이다.

신씨는 타고난 건강과 근면성실을 바탕으로 농사일 뿐 아니라 지역일과 봉사활동에도 열성이다.

광활면자율방범대, 농업경영인회, 농민회, 새마을지도자, 농촌지도자 등 지역일과 김제로타리와 청진회 회원으로 모범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신씨의 꿈은 가족의 건강과 농촌경제의 안정이나, 농촌의 내일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쉬 걷히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예전엔 노력한 만큼 댓가가 있어 도시가 부러울 게 없었는데, 갈수록 공산품에 비해 농산물이 천대를 받고 있어 힘이 빠진다"며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에 대한 불만을 한숨으로 대신한다.

또한 "김제는 공단도 없고 농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쌀가격이 안정되고 쌀소비가 늘어야 하는데도 많은 시민들이 인스턴트식품이나, 면류 등을 즐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개탄하면서 "전국 최대의 쌀생산지인 우리 김제사람만이라도 밥을 먹자"고 호소했다.

3대가 화목하게 살고 있는 신씨부부를 만나고 되돌아 오면서 '농업이 내몰리는 현실에서 지역을 지키며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아까운 이땅의 젊은이가 어쩔 수 없이 도시의 한켠으로 내몰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인해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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